세계1위 PEM 수전해장치 제조업체 獨 지멘스에너지…"수소경제 대전환 시작됐다"
내년에 베를린에 수소 기가팩토리 문 열어…3GW 생산체계 개시
"미국 IRA는 기회…美업체들, 수전해장치 공급문의 폭증"

지난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고속열차로 3시간여 달려 찾아간 독일 최대 수소생산장치 제조업체 지멘스 에너지의 에를랑엔 공장은 외관상 대학 캠퍼스의 강의동 같은 모습이었다.

지멘스 에너지는 고분자전해질(PEM) 수전해장치 제조에 있어 세계 1위 업체다.

수전해 시스템은 전기로 물을 분해해 산소·수소를 생산하는 설비다.

위아래로 2개층을 튼 공장 내부는 환한 조명이 내리비춰 밝고 고요했다.

간간이 들리는 크레인 소리가 이곳이 공장임을 느끼게 해줬다.

공장 한가운데로 난 통로 양쪽 작업장에서는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근무를 시작한 교대 근무자들이 로봇의 도움을 받아 1시간에 335kg의 수소를 생산해내는 PEM 수전해장치 사일라이저300 조립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1교대 근무자들이 하루 8시간 근무를 마치면, 사일라이저300 전공정 제조가 가능하다는 게 카이 슐츠 지멘스 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장의 설명이다.

사일라이저300은 2018년부터 생산된 3세대 제품으로 7.5m·15m 크기에 1시간당 335kg의 수소를 생산한다.

전력수요는 17.5MW고, 전력효율성은 75.5%에 달한다.

이 장치는 검은 상자 형태의 1m·1m 규모의 모듈 24개를 4개열로 엮어서 만든다.

지멘스 에너지는 내년부터 차세대 수전해장치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장치를 활용하면 생산규모가 10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슐츠 신재생에너지 사업부문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최근 수소생산장치 공급에 대한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면서 "이미 수소경제로의 대전환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주문량이 너무 몰려 앞으로 3개 분기 가량이 지나면 더이상 주문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지경"이라며 "고객들은 그동안 세세하게 조건 등을 따져가며 천천히 검토했는데, 이제 곧 전환을 시작하지 않으면 늦겠다는 생각이 든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 이후 미국 업체들의 공급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기회가 되고 있다며 미국 내 생산 개시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멘스 에너지는 내년 말까지 독일 베를린에 3천만 유로를 들여 2천㎡ 규모의 수소 기가팩토리를 설립, 생산현장을 수도로 옮긴다.

기가팩토리에서는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더욱 고도화된다.

현재는 2교대인 생산라인은 3교대로 확대한다.

2025년에는 3GW 규모의 수전해 장치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공장에 근무할 인력은 120명에 불과하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의 가스터빈을 생산해온 지멘스 에너지는 러시아 사업을 모두 접었다.

아울러 원래 베를린에 있던 가스터빈 공장을 헝가리로 옮기고 그 자리에 수소 기가팩토리를 설립한다.

당초 가스터빈을 만들던 노동자들은 현재 수소생산장치를 제조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슐츠 부문장은 "3GW 규모의 수전해장치를 생산한다는 것은 검은상자 모듈 3천개를 생산한다는 의미"라면서 "수전해장치는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돼 정비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모든 생산제품에 대해 제조 이후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