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 참가 32개팀에 편지…유럽·호주 대표팀도 인권문제 규탄 동참
FIFA "카타르서 축구에만 집중하자"…앰네스티 "인권 눈감아"
국제축구연맹(FIFA)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참가국에 "축구에만 집중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권단체가 비판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AP·dpa통신 등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파트마 사무라 사무총장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32개 참가팀에 편지를 보내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며 "축구에 집중하자"고 권고했다.

FIFA 수뇌부는 편지에서 "우리는 모든 의견과 신념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며 "세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다양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사람이나 문화, 국가가 다른 이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며 "이러한 원칙은 상호존중과 차별 없는 문화의 초석이며 축구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편지에는 배경이나 지역, 성별, 성 정체성, 국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고 밝힌 카타르의 기존 입장도 재차 서술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곧바로 입장을 내고 FIFA가 인권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제앰네스티의 스티브 콕번 경제·사회정의 국장은 "세계가 축구에 집중하도록 하고 싶다면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며 "인권 문제를 카펫 아래로 숨기지 않고 이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콕번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외국인 노동자 보상 기금 조성을 위해 일조하는 것"이라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FIFA가) 아직도 이런 일들을 하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라며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월드컵을 위해 학대를 당했다.

그들의 권리가 잊히거나 묵살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FIFA와 카타르가 월드컵 상금과 같은 액수로 사망·부상 외국인 노동자 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카타르의 외국인 노동자와 성 소수자 처우 논란이 커지면서 인권단체뿐 아니라 일부 월드컵 참가국도 비판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유럽 8개국 대표팀은 각국 주장이 경기 중 하트 모양 완장을 차는 방식으로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차별 금지 캠페인에 힘을 실었다.

참가국 중 가장 먼저 카타르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한 호주의 경우 선수들이 직접 카타르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덴마크 선수단은 카타르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검은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