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쉬어서 직구에 힘이 실린 듯…생애 첫 KS 재밌게 즐겼다"
원석에서 보석으로…'가을 야구'의 별이 된 SSG 오원석(종합)
프로야구에서 가을은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특별한 계절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원석(原石) 같은 선수가 반짝이는 에너지를 뿜어내며 보석이 된다.

SSG 랜더스의 '가을 야구' 역사에서도 그랬다.

에이스 김광현(34)은 신인 시절이던 2007년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7⅓이닝 동안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팀 강타선을 틀어막으며 프로야구 무대를 발칵 뒤집었다.

단 한 번도 가을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던 신인 투수 김광현은 당시 정규시즌 22승을 거둔 두산 다니엘 리오스와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승리하며 대투수의 등장을 알렸다.

그로부터 15년 뒤, 프로 3년 차 SSG 좌완 투수 오원석(21)은 '2007년의 김광현처럼' 생애 첫 KS 무대에서 밝게 빛났다.

그동안 단 한 번도 가을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오원석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KS 3차전에 선발 등판해 키움 타선을 5⅔이닝 5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3회 1사에서 김휘집에게 첫 볼넷을 내줄 때까지 오원석은 상대 팀 타자 7명을 모두 범타 처리했다.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집어넣는 날카로운 직구와 살짝 휘어 들어가는 주 무기 슬라이더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는 4회 2사 1, 2루 위기에서 김태진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해 첫 실점 했지만, 5회를 삼자범퇴로 막으며 호투를 이어갔다.

오원석은 0-1로 뒤진 6회말 1사에서 상대 팀 간판타자 이정후를 상대로 9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몸쪽 낮은 코스에 직구를 꽂아 넣으며 헛스윙 삼진을 잡기도 했다.

이정후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당한 첫 번째 삼진이었다.

이후 오원석은 푸이그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와 김혜성에게 유격수 방면 깊은 내야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타선의 침묵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충족하진 못했지만, 야구팬들이 두고두고 회자할 인상 깊은 경기였다.

오원석의 호투로 접전을 이어간 SSG는 경기 후반 타선이 폭발하며 8-2 대승을 거뒀다.

원석에서 보석으로…'가을 야구'의 별이 된 SSG 오원석(종합)
사실 이날 오원석의 호투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김원형 SSG 감독도 경기 전 "오늘은 타격 싸움이 될 것 같다"며 "오원석이 5회까지만 버텨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원석은 주변의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내며 최고의 역투를 펼쳤다.

15년 전 첫 KS 무대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던 김광현은 더그아웃에서 오원석의 투구를 지켜보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원석은 그렇게 보석이 됐다.

경기 후 기자회견실로 들어온 오원석은 "(주전 포수) 이재원 선배만 믿고 던졌다"며 "오래 쉬어서 직구에 힘이 잘 실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오늘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 선배가 가장 자신 있고 잘 던지는 공으로 즐기고 오라며 조언했다"며 "생애 첫 KS 무대였는데, 팬들이 열광해줘서 재밌게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정후에게 포스트시즌 첫 삼진을 안긴 소감을 묻는 말엔 "'삼진 잡은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워낙 강한 타자라 상대 전적 등은 생각하지 않고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0-1에서 교체됐지만, 형들이 그대로 끝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줬다"며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