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중요한 이웃나라" 축사…3년전 도쿄 총회선 故 아베 축사 안 보내
한일·일한 의원연맹 3년 만에 합동총회
'한일 정상회담說' 속 양국 의원들 "관계 개선" 협력 다짐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계기에 첫 양자 정상회담을 열고 한일간 관계 개선에 나선 가운데 양국 의원들도 본격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3일 서울 명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 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한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양국의 관계 개선과 경제·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총회는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1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열렸지만, 분위기는 3년 전과 사뭇 달랐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2년 9개월여 만에 열린 한일정상회담, 우리 해군의 일본 관함식 참석 등 급물살을 탄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가 양국 의원 교류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행사는 일본 정부가 이달 중순에 예정된 국제회의에서 공식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뤄졌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도 이후 오후 브리핑에서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씀드리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뜻을 거듭 표했다.

징용배상 문제 등을 놓고 양국 대립이 극심했던 2019년 도쿄 총회에선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가 축사도 보내지 않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정진석 위원장은 기시다 총리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한 것과 일한의원연맹 의원들이 방한 직후 합동분향소를 찾았던 일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인사말을 시작했다.

정 위원장은 일본인 희생자를 거론하며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라고도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說' 속 양국 의원들 "관계 개선" 협력 다짐
이태원 참사 애도로 시작한 합동총회는 국제사회가 신냉전 양상으로 재편되는 상황 속에 동북아 이웃 나라인 한국과 일본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공감대 확인으로 나아갔다.

양국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을 거론하며 한일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연이틀 계속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언급한 뒤, "한국과 일본을 향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7차 핵실험을 목표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핵보유국 북한과의 대치는 숙명"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 양국의 경제협력, 안보협력이 이전보다 더욱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와 에너지·식량 위기 등에 연동된 물가 상승 등을 거론하면서 "규범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는 현재 일한·일한미 협력 진전이 지금만큼 중요한 시기는 없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한국은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응해 협력해 나아가야 할 중요한 이웃나라"라며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더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의사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은 인사말에서 "러시아에 당장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장화 움직임은 동아시아 안전보장에 대한 위험이자 중대한 도전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說' 속 양국 의원들 "관계 개선" 협력 다짐
양국 의원들은 또 역사 문제 등으로 과거 관계가 껄끄럽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등을 양국 관계 개선의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누카가 회장은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서, 한일관계 개선이 공통의 이익이 된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신뢰하고 긍정적 대응을 기대함과 동시에, 기시다 총리에게도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해 성의있게 노력하도록 진언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진석 위원장도 "역사문제에서 시작된 양국 갈등 양상은 경제협력과 안전보장 협력에 균열을 만드는 지경으로까지 번지고 말았지만, 다행히 양국에 각각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이 자리가 양국의 협력의지를 다시 다지며 구체적인 실천안을 끌어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합동총회에 한국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과 함께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문희상 전 국회의장, 노웅래 의원 등 45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누카가 후쿠시로(자민당) 일한의원연맹 회장,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 등을 비롯해 방한대표단 18명이 자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