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참사 희생자'로 바꿔야"…與 "재난안전법상 용어"

국회 운영위원회가 2일 국가인권위원회를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표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1일 발송한 '이태원 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에서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쓰도록 안내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사고 사망자' 대신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 방침을 비판한 반면, 여당은 가치중립적 법률 용어를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태원 참사] 인권위 국감서 '사고 사망자' 표현 공방(종합)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라 명기돼 있다"며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인권위가 정부에 (명칭 변경) 조치를 (건의)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오영환 의원은 "'참사 희생자' 표현 대신 '사고 사망자' 등 정부의 모든 지침과 발언 등에서 드러나는 정부의 태도, 이런 논란이 발생하는 자체가 이런 참사로부터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의 기본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이라며 인권위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부는 중립적 용어를 쓰기 위해 그렇다는데 변명과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미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공권력의 실책이 드러나고 있으니 명백한 참사"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몇 가지 짚고 넘어가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미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라고 발언해 이미 참사라는 용어를 썼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다만 재난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하면 사회재난은 사고라는 용어를 법률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피해자를 사망자, 실종자, 부상자 등으로 표현한다"며 "행정부에서 용어를 사용한 걸 갖고 마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거나 진실을 덮을 것처럼 발언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가치중립적 법률 용어를 썼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라며 "언론이나 국민은 자기감정에 따른 용어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쓰는 용어는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가세했다.

[이태원 참사] 인권위 국감서 '사고 사망자' 표현 공방(종합)
이에 대해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분향소 명칭 변경을 건의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내부 논의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참사냐 사고냐, 희생자냐 사망자냐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저희가 더 논의해봐야겠지만 이 부분은 현재 단계에선 용어 선택의 문제라 생각한다"며 "어느 용어를 금지하는 건 불가능하니 아마도 자연스럽게 용어는 한쪽으로 통일돼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인권위 차원에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선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권고 또는 의견 표명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참사 당시 영상 유포, 악성 댓글 등으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데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희생자들을 비난하고 혐오하는 댓글들이 많이 있고, 사진, 영상이 SNS에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잔인한 글들도 있다"며 "2차 가해나 혐오 표현 자제를 인권위 차원에서 발표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도 "방송 뉴스, SNS상에서 참사 당시 영상이 퍼지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인 인권 보호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을 비방하는 온라인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인권위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