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임오경 판례 확보…경찰관 직무집행법상 '조치 가능' 규정, 직무상 의무로 해석
[이태원 참사] "대법, 안전우려에도 경찰 조치 미흡시 국가 배상책임 인정"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경찰 대응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대법원에서는 과거 경찰관이 안전상의 우려에도 조처하지 않을 경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확보한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998년 5월 정모씨 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사건은 1993년 12월 24일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농민 시위를 저지하던 경찰이 열쇠를 빼앗은 트랙터를 시위 종료 후 도로에 그대로 방치했다가 발생했다.

이튿날 새벽 정씨 등은 차량을 이용해 해당 도로를 주행하다가 어둠 속에 방치된 트랙터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피하려다가 길을 이탈해 사고를 당하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트랙터를 도로에 방치한 경찰관의 행위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해당 조항은 경찰관이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우려가 있는 경우로는 천재, 인공 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등과 함께 '극도의 혼잡'도 나열하고 있다.

대법원은 "해당 법률 조항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해 형식상 경찰관에게 재량권을 부여한 것처럼 돼 있으나, 취지와 목적에 비춰 경찰관이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돼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직후 정부는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고 선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이는 대법원 판단에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전날 공개된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하기 약 4시간 전부터 신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구체화하고 있었음에도 경찰의 대응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대법원에서도 인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상의 '직무상 의무'만 제대로 이행했어도 막을 수 있던 사회적 참사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는 책임만 회피하지 말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대법, 안전우려에도 경찰 조치 미흡시 국가 배상책임 인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