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해야 평등해지는 것은 아니다"…영장류학자가 바라본 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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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학자 프린스 드 발 신간 '차이에 관한 생각'
생물학은 종종 사회적으로 굳어진 남녀의 역할이나 태도, 혹은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수컷의 바람기는 선택적 적응 과정을 거친 진화의 산물이니 여성들이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나 수컷 원숭이 우두머리가 암컷들을 '소유'하며 암컷들은 새끼를 낳고 기르는 데 평생을 바치면서 수컷 우두머리의 명령을 따른다는 식의 설명이 그렇다.
이 때문에 생물학이 반(反) 페미니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침팬지 폴리틱스' 등을 쓴 네덜란드 출신의 영장류학자인 프린스 드 발은 신간 '차이에 관한 생각'(세종서적)에서 이런 시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다.
서문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그는 수십 년간 사람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생물학은 기존의 젠더 불평등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생물학적 성(性)이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생물학이 자동으로 인간 사회에서 전통적인 성역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수컷 영장류가 폭력적이고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런 공격성과 체격의 우위가 암컷을 지배하기 위해 진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남녀의 성차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생물학에 의해 결정되는 여성과 남성의 성별 사이에는 분명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와 보노보 등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들의 실제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성차를 인정하는 것이 젠더 평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반드시 비슷해야 평등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사람의 선호에 생물학적 기원이 있는지도 살핀다.
미국 에머리대에서는 원숭이 135마리를 대상으로 인형처럼 부드러운 봉제 장난감과 자동차처럼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동시에 줬다.
바퀴 달린 장난감은 대개 수컷들이 차지했고 인형은 대개 암컷들의 손에 들어갔다.
수컷들은 대체로 인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모든 장난감을 좋아한 암컷에 비해 외골수 성향을 보였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남자아이에게서 특정 장난감에 대한 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저자는 이 사례를 설명하며 부모가 '진짜' 남성이나 여성을 만들기 위해 남자 어린이에게는 트럭이나 총을, 여자 어린이에게는 인형을 준다거나 혹은 전혀 반대로 제공해 어린이를 '계몽된 진보주의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접근법이 모두 다 오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냥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난감을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아이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서판'이고 환경이 이를 채워나간다는 이론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문화나 생물학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상호작용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사회적 환경이 모든 패를 다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화의 한계는 세계 각지에서 관찰되는 성차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략) 하지만 가끔 자연이 양육보다 우선한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중략) 생물학은 방정식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의 행동 중에서 엄밀하게 사전 프로그래밍된 것은 거의 없다.
나는 젠더 사이에 정신적 우월성이나 선천적 지배성이 있다는 개념을 참을 수가 없으며 그런 개념을 버리기를 희망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상호 사랑과 존중, 사람은 평등하기 위해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의 이해에 달려 있다.
"(474∼475쪽)
이충호 옮김. 568쪽.
/연합뉴스
'수컷의 바람기는 선택적 적응 과정을 거친 진화의 산물이니 여성들이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나 수컷 원숭이 우두머리가 암컷들을 '소유'하며 암컷들은 새끼를 낳고 기르는 데 평생을 바치면서 수컷 우두머리의 명령을 따른다는 식의 설명이 그렇다.
이 때문에 생물학이 반(反) 페미니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침팬지 폴리틱스' 등을 쓴 네덜란드 출신의 영장류학자인 프린스 드 발은 신간 '차이에 관한 생각'(세종서적)에서 이런 시각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한다.
서문에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 그는 수십 년간 사람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 생물학은 기존의 젠더 불평등에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젠더와 생물학적 성(性)이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생물학이 자동으로 인간 사회에서 전통적인 성역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수컷 영장류가 폭력적이고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런 공격성과 체격의 우위가 암컷을 지배하기 위해 진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남녀의 성차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생물학에 의해 결정되는 여성과 남성의 성별 사이에는 분명 몇 가지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침팬지와 보노보 등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들의 실제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성차를 인정하는 것이 젠더 평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반드시 비슷해야 평등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사람의 선호에 생물학적 기원이 있는지도 살핀다.
미국 에머리대에서는 원숭이 135마리를 대상으로 인형처럼 부드러운 봉제 장난감과 자동차처럼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동시에 줬다.
바퀴 달린 장난감은 대개 수컷들이 차지했고 인형은 대개 암컷들의 손에 들어갔다.
수컷들은 대체로 인형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모든 장난감을 좋아한 암컷에 비해 외골수 성향을 보였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남자아이에게서 특정 장난감에 대한 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저자는 이 사례를 설명하며 부모가 '진짜' 남성이나 여성을 만들기 위해 남자 어린이에게는 트럭이나 총을, 여자 어린이에게는 인형을 준다거나 혹은 전혀 반대로 제공해 어린이를 '계몽된 진보주의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접근법이 모두 다 오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냥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난감을 선택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아이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빈 서판'이고 환경이 이를 채워나간다는 이론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문화나 생물학 중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상호작용주의'적 입장을 취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사회적 환경이 모든 패를 다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화의 한계는 세계 각지에서 관찰되는 성차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략) 하지만 가끔 자연이 양육보다 우선한다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중략) 생물학은 방정식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사람의 행동 중에서 엄밀하게 사전 프로그래밍된 것은 거의 없다.
나는 젠더 사이에 정신적 우월성이나 선천적 지배성이 있다는 개념을 참을 수가 없으며 그런 개념을 버리기를 희망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상호 사랑과 존중, 사람은 평등하기 위해 똑같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의 이해에 달려 있다.
"(474∼475쪽)
이충호 옮김. 568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