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형 플랫폼 대상 강력 규제 도입…공정위는 법제화 검토 중
"시장 반칙 엄중히 제재하되 민간의 자율·창의 최대한 발휘"
공정위원장, 디지털시장법 만든 EU의원들과 플랫폼 정책 논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일 유럽연합(EU)의 강력한 플랫폼 규제인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 입법을 주도한 의원들과 만나 양국의 플랫폼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거대 플랫폼이 이미 독과점을 형성한 시장에서 어떻게 신규 플랫폼 사업자의 출현·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지, 어떤 식으로 플랫폼을 규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할 것인지 등이 주된 논의 주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위원장이 이날 오후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애덤 비엘란 등 EU 의회 내부시장·소비자보호위원회(IMCO) 의원 6명과 양국의 플랫폼 정책을 놓고 회담했다고 밝혔다.

IMCO는 EU 의회에서 플랫폼 관련 입법을 주도하는 상임위원회다.

이번 회담은 IMCO 의원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IMCO가 심의한 법안이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대표적인 입법 사례인 EU의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디지털시장법은 대형 플랫폼(게이트키퍼)의 자사 우대·최혜 대우·끼워팔기 등을 금지하고 상호 운용성(서로 다른 메신저 간 메시지·파일 등 송수신 허용 등)·데이터 접근 및 활용 등에 관해 기존 법률에 없던 새로운 의무를 부과한다.

법 위반 때는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반복 위반 시 20%)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 위원장과 EU 의원들은 이런 규정을 통해 어떻게 독과점 플랫폼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의 출현·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또 '다크패턴'(눈속임 상술) 등 플랫폼 시장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 기만행위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디지털서비스법은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 및 유해 상품 유통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특정 정보가 광고인지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양측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 창의와 혁신이 계속 발현되려면 시장 내에서 공정한 경쟁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를 위해 독점력 남용 등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시장의 반칙 행위는 엄중히 제재하되 정상적인 사업 활동에 대해서는 공정 경쟁 기반 내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과 제도 개선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이해충돌, 플랫폼 시장에서의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에서 자율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정위는 독점력 남용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해 연내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제정하는 한편 플랫폼이 인수·합병(M&A)으로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할 계획이다.

디지털시장법과 같은 신규 법 제정이나 공정거래법 개정 등 추가적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제화가 필요한지도 해외 입법례 등을 참고해 검토한다.

공정위는 "양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플랫폼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공유했다"며 "앞으로도 플랫폼 정책을 포함한 경쟁·소비자 정책 전반에 관해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진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시장법과 디지털서비스법은 각각 6개월·15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5월과 2024년 상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