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삼성전자∙하이닉스 "서버용 제품에서 활로 모색"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인기 등에 힘입어 올해 서버용 반도체 사용량이 처음으로 모바일용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한파로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서버용 제품에서 활로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1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연간 서버용 D램 수요(잠정치)는 684억8천600만 기가비트(Gb)로 전망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용 D램의 연간 수요 잠정치는 662억7천200만Gb다.
이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연간 서버용 D램의 수요가 모바일 D램의 수요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D램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저장장치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의 기업들은 전세계에서 8천여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탑재되는 서버용 D램이 전 세계 약 150억대에 달하는 모바일 기기의 전체 D램 사용량을 넘어선 셈이다.
이는 온라인상 데이터 사용량 증가, OTT 활성화 등에 따른 것으로, 오는 2026년까지 서버용 D램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은 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확산과 경기 침체 우려 심화로 모바일용 D램의 단기 전망은 밝지 않다.
옴디아는 올해 모바일용 D램의 수요가 작년(668억2천900만Gb) 대비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2026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도 서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4% 수준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서버용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도 확대되고 신규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DDR5 채용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 담당 사장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향후 클라우드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빅테크 기업의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서버용 메모리가 계속해서 메모리 수요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상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신규 서버용 CPU의 출시에 맞춰 서버 교체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D램의 최신 규격인 DDR5를 지원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규 서버용 CPU 출시가 DDR5 중심의 시장 재편을 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종원 사장은 DDR5 도입에 대해 "그동안 관련 생태계가 갖춰지고 고객의 대기 수요가 형성됐다"며 "최근 시황으로 가격 부담도 낮아지고 있어 내년 서버 고객의 DDR5 전환 확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8월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이 적용된 서버용 DDR5 16·32·64Gb 모듈 제품에 대한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서버용 D램 점유율은 2020년 SK하이닉스 38.8%, 삼성전자 35.4%, 작년 삼성전자 39.9%, SK하이닉스 38.5% 등으로 양사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반 데이터 저장장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부문에서도 서버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옴디아는 올해 처음으로 기업용 대용량 저장장치인 eSSD의 매출이 2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eSSD는 전체 SSD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며, 2026년까지 연평균 12.0%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올해 2분기 eSSD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6.3%,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23.3%로, 국내 기업이 전체시장 3분의 2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DR5로 전력 소비를 20% 감축할 수 있고 SSD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에 비해 소비 전력이 절반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DDR5와 eSSD를 서버에 채용하는 것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