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도 사퇴해 임시 체제…장기 국정 공백도 우려
레바논 최악 경제위기 속 후임자 선출 못한 채 현 대통령 퇴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레바논에서 신임 대통령 선출 절차가 지연되면서 대통령 자리가 비게 됐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6년간의 공식 임기를 하루 남겨둔 30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베이루트 남부 바브다에 있는 대통령궁을 떠났다.

이날 아운 대통령은 나지브 미카티 총리가 이끄는 내각의 사의도 수리했다.

이로써 의회가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고, 선출된 대통령 주도로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임시 내각 체제가 유지된다.

지난 5월 총선을 통해 출범한 새 의회가 4개월만인 지난달 말 대통령 선출 절차를 시작했지만, 아직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했다.

더욱이 원내에 자력으로 대통령을 뽑을 만큼 의석을 확보한 정치 블록이 존재하지 않는 데다, 각 정치 블록 사이에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사실상의 국정 공백 상태가 길어질 수도 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2014년 5월 미셸 술레이만 전 대통령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에도 정파 간 갈등으로 2년 넘게 대통령을 뽑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대통령 선출을 비롯한 정치 일정 지연은 사상 최악의 침체를 겪는 레바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연대를 통해 지난 2016년 취임한 아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가 창당한 마론파 기독교 계열 정당인 '자유 애국 운동'(FPM) 당원 등 지지자들은 레바논의 극심한 종파 정치에서 아운 대통령이 기독교 세력을 지켜냈다고 평가한다.

반면 비판 세력은 아운 대통령 임기 중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이 깊어지면서 레바논의 경제 위기가 본격화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지목한다.

2019년 본격화한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을 거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는 퇴임에 앞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제한적이었다고 항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