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스웨덴 등 선진국서도 유사 사례"
"사고 가능성 예측해 대비하는 게 유일 예방법"
[이태원 참사] 전문가들 "'집단 패닉'탓 피해 커져"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 참사와 관련해 사고 당시 군중의 공황(패닉) 상태가 겹치며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우준 동양대 건축소방안전학과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압사 사고는 '집단 패닉'이란 심리 현상에서 오곤 한다.

피난로가 두 방향이어도 패닉에 빠진 군중은 남들이 달리는 방향으로만 가게 된다"고 짚었다.

극장 등 실내 공간에서 불이 났을 때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체로 이런 패닉 탓이라는 것이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핵심 요인은 '불안전한 환경'과 '불안전한 행동'이다.

경사진 골목과 미끄러운 바닥은 불안전한 환경, 수용 가능한 것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상황에서 한 방향으로 군집하는 것은 불안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참사가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한 바 있다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이번과 같은 참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 교수는 "이번 사고는 통제되지 않은 환경에 불특정 다수가 몰려 발생한 것인데, 이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미국과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클럽에서, 일본은 불꽃놀이 축제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그 예로 꼽았다.

유 교수도 "이번 사고는 예측의 영역을 벗어났다"며 "선진국이라고 사고를 더 잘 예측해서 예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전문가들 "'집단 패닉'탓 피해 커져"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역시 "현장에 있던 사람 누구도 압사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예상하지 못했다.

안전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면 이런 사고가 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쉽지 않지만 사전에 사고 가능성을 예측해 대비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유 교수는 영국과 중국의 사례를 언급하며 "사고 우려 지역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영상 분석 기술로 인구, 통행 방향, 인구 밀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안전관리 체계를 작동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도 "사고를 예방하려면 사전에 예측하는 수밖에 없다"며 "과다한 인원이 몰릴 것이 예상되면 질서 유지·관리 인원을 투입하거나 출입을 통제한다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