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연구…"둘 다 겪으면 자살생각 최대 3배"
"부부간 폭력 목격한 청소년, 학대 피해자보다 자살 생각 더 해"
가정에서 학대를 직접 당한 청소년보다 부부간 폭력을 목격한 청소년이 더 많이 자살 생각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동학대와 부부폭력을 모두 겪은 청소년은 이런 가정폭력을 겪지 않은 청소년보다 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이 2.5배 높았다.

30일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에 따르면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팀은 지난 9월 학회지에 게재한 '청소년의 학대 피해와 부부폭력 목격에 따른 자살 생각 차이 분석' 논문에서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밝혔다.

연구진은 2014년 12월 약 3주간 전국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2천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후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가정폭력 유형에 따라 총 4개의 집단으로 구분했다.

청소년 본인이 직접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아동학대 가정환경', 직접적 학대를 당하진 않지만 부모 간 폭력을 목격해 간접적 피해를 보는 '부부폭력 목격 가정환경', 아동학대와 부부폭력 목격을 모두 경험한 '중복피해 가정환경', 가정폭력 경험이 전반적으로 낮은 '저피해 가정환경'까지 네 집단이었다.

연구 대상 청소년 절반가량(47.6%)은 저피해 가정환경에 속해 있었고, 아동학대 가정환경(28.9%), 부부폭력 가정환경(12.3%), 중복피해 가정환경(11.1%) 순으로 많았다.

분석 결과 부부폭력 가정환경 청소년 중에서 자살 생각을 하는 비율(51.5%)이 아동학대 가정환경 청소년 중에서 자살 생각을 하는 비율(44.7%)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밝혔다.

부부폭력 목격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 예측은 자살 생각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자살 생각 평균 점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자살 생각, 자살계획, 자살 시도 경험을 측정하는 4점 척도(0∼3점) 5개 문항으로 자살 생각의 강도를 평가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자살 생각의 강도가 크다는 의미다.

전체 자살 생각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유형은 0.99점을 기록한 중복피해 가정이었으나, 다음으로 큰 값을 차지한 유형은 0.79점을 기록한 부부폭력 목격 가정환경이었다.

아울러 아동학대와 부부폭력을 동시에 겪은 중복피해 가정환경 청소년의 자살 생각 경험률(61.8%)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청소년(24.3%)의 2.5배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간접적 폭력 경험인 부부폭력 목격만으로도 청소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이 경우 가정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전문가인 학교사회복지사가 위기 가정을 먼저 발굴해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