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장수'·'다람이와 고슴도치' 등 제작…국제협업으로 해외에도 이름 알려
북한 매체가 '북한의 월트디즈니'로 불리는 만화영화 연출가 김준옥(88)의 삶을 조명했다.

29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소리'에 따르면 이 매체는 전날 보도한 '어제날의 만화영화연출가'라는 글에서 "김준옥은 지난 50여년 간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에서 미술가로, 연출가로 활약해온 공로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 만화영화계의 연출가, 관계자들은 그의 연출 솜씨와 작품들을 목격하면서 '세계적인 만화영화연출가'라고 평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이어 그가 8년 전 '연로보장'(정년퇴직)을 받게 됐다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그가 이제는 편안히 쉬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손에서 펜을 놓지 않고 그동안 연출가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만화영화 제작에 필요한 참고 자료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쉽지 않은 작업 끝에 원도(원본으로 쓰는 그림)미술가들에게 필요한 인체 동작 그림이나 배경 그림, 관련 설명 등을 담은 '만화영화참고자료집'을 제작해 촬영소에 전달했다.

자료집은 4권까지 나왔으며, 한 권 더 제작될 예정이다.

김준옥은 "전쟁노병으로서 나의 애국심을 이 제작에 바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자료집을 다 완성해서 꼭 촬영소에 넘겨주겠다고 다짐했다.

매체는 "그의 육체는 점점 쇠잔해지지만 전쟁노병인 그는 정신적 노쇠를 모른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김씨는 1963년 평양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조선4·26만화영화촬영소에 소속돼 50여년간 만화영화 부문에 종사하며 500여편을 제작했다.

북한 최고의 '김일성상'과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그는 1963년 첫 작품인 '흥겨운 들판'을 시작으로 '나비와 수탉', '다람이와 고슴도치', '영리한 너구리', '소년장수' 등 북한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그는 특히 1986년부터 약 10년간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과 합작 아동영화 제작을 통해 '간다하르', '사자왕 심바', '포카혼타스', '뉴욕에서의 크리스마스', '타이타닉호의 전설' 등을 연출함으로써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