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면 경제위기에 대비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필라델피아 소재 야구팀이 우승할 때마다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며 "지갑을 꽉 잡고 있으라"고 조언(?)했다.
WSJ에 따르면 1929년 당시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직후인 1929년 10월 뉴욕증시가 대폭락하는 '검은 월요일' 사태가 벌어진 데 이어 1930년 대공황이 미국 경제를 덮쳤다.
애슬레틱스가 오클랜드로 떠난 뒤 필라델피아의 유일한 야구팀이 된 필리스가 1980년 첫 우승을 차지하자 1980년대 초 경기침체가 찾아왔다.
당시 경기침체는 필리스가 월드시리즈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른 1983년 끝났다.
이어 필리스가 두 번째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2008년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친다.
3번의 '전과'가 있는 필라델피아 야구팀이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시장이 짓눌린 올해 가을 또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에 대해 묘한 우연이라는 시선이 쏟아진다.
'모닝브루' 뉴스레터의 한 팔로워는 필리스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응원하면서 "애스트로스가 미국의 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필리스에 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향해 "파드레스가 다가오는 경기침체를 멈출 수도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필라델피아의 우승과 경제위기 사이의 상관관계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이론(?)이지만, 가뜩이나 경기침체 공포와 주가 하락에 짓눌린 몇몇 투자자와 미신을 잘 믿는 일부 스포츠팬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자란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필리스의 우승이 워낙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뭔가가 우주의 경로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나 과거 애슬레틱스가 필라델피아 시절 대공황 이전에도 우승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는 점에서 필라델피아 야구팀의 우승이 반드시 경제위기의 전조가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필리스 홈구장인 시티즌스뱅크파크의 스폰서인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의 브루스 밴 손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우연의 일치는 흥미롭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은 필리스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필리스의 우승을 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