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김 여사 어머니 계좌 관리…"도움 주려 한 것"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라고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건희 씨에게 주식을 매수하라거나 매도하라고 말한 적이 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회장은 이날 다른 공범들에 대한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권 회장에게 "(일명 '주가조작 선수'인) 이모 씨에게 김건희 씨를 소개해주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고 검찰 조사 당시 진술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물었고, 권 회장은 "사실이다.

소개만 해줬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이씨의 말에 따르면 김건희 씨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곧바로 김건희 씨 계좌의 주식 주문을 자신이 대신할 수 있게 조치했다던데 사실인가"라고 재차 묻자, 권 회장은 "나는 소개한 외에는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김 여사를 이씨에게 소개해준 이유로 "처음엔 이씨를 향한 신뢰가 대단했다"며 "골드만삭스에도 근무했던 사람이고, 막연하나마 우리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도이치모터스 직원 염모 씨가 김 여사 어미니 최모 씨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내용을 제시하며 "이건 증인의 지시에 따른 것인가"라고 물었다.

권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계좌는 2010년 11월 3일 매수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 주문을 냈고, 김 여사 계좌가 이 주식을 매수했다.

권 회장은 이를 두고 "저도 김건희 씨가 매수해서 깜짝 놀랐다"며 통정매매 의혹을 부인했다.

권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이씨를 비롯한 주가조작 선수들과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권 회장과 이씨 등은 여러 계좌로 시기나 가격을 미리 협의한 뒤 거래하는 통정매매 수법으로 2천 원대였던 주가를 약 8천 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에 자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으로 2020년 열린민주당에 고발당했지만,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