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세린은 27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클럽 하우스 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2020년 KLPGA투어에 발을 디딘 현세린은 주니어 시절에 받았던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는 17세이던 2018년 LET 타일랜드 챔피언십에 이어 에스트레야 담 레이디스 오픈에서 2위를 차지했고, US여자아마추어 챔피언십 스트로크 플레이 공동 1위에 아시아태평양골프연맹(APGC) 주니어챔피언십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KLPGA투어 신인 시즌에 그는 신인왕 포인트 2위에 올랐지만, 톱10 입상이 두 번에 그쳤고 상금랭킹은 37위였다.
2년 차인 작년에도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공동 9위로 순위를 매기는 매치 플레이 16강을 포함해 톱10에 3번 이름을 올리고 상금랭킹 42위에 머물렀다.
올해 역시 상금랭킹 37위로 내년 시드 걱정을 덜 수준에 그쳤다.
투어 전체 80위에 그친 비거리, 96위까지 밀린 그린 적중률 등 샷이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그린 플레이가 뛰어난 편이라 그럭저럭 중위군 순위를 지킬 수 있었다.
하지만 '고향'에서 대회를 치른 이날 현세린의 경기력은 전혀 달랐다.
그린을 단 한 번만 놓치는 정확한 샷을 휘둘렀다.
7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살짝 빗나갔는데 가볍게 파세이브를 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낼 만큼 그린 플레이도 빼어났다.
94.4%의 그린 적중률에 퍼트 개수가 26개에 불과했다.
7언더파 65타는 이번 시즌 개인 최소타 기록이다.
현세린은 "모처럼 고향인 제주에 와서 마음이 편했다.
오늘 바람도 별로 없고, 코스 세팅도 좋았다.
빠른 그린을 좋아하는데 오늘 그린에서는 본대로 볼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에서 얼마나 자주 골프를 쳤는지 묻는 말에 "셀 수 없을 만큼"이라고 답했다.
이날 현세린은 제주에 사는 가족과 친척, 친구, 동생들이 몰려와 응원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스윙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자평한 현세린은 "때가 되면 잘 되겠거니 기다렸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야 잘 풀리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세린은 "뒷심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데, 남은 라운드는 오늘처럼만 치자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생애 첫 우승의 갈증에 목마른 배소현(29)이 보기 없이 6언더파 66타를 때려 현세린을 1타차로 추격했다.
아마추어 시절 제주도 오라 컨트리클럽에서 자주 우승해 '오라 공주'라는 별명이 붙었고, KLPGA투어에서도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제주도 골프장에서 거둔 유해란(21)이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잡아내 공동 3위에 올랐다.
5월 E1 채리티오픈 우승 이후 부쩍 상위권 진입이 잦아진 정윤지(22)와 신인 김민주(20)도 5타씩을 줄여 공동 3위 그룹에 합류했다.
상금왕과 대상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는 두 명의 '가을 여왕' 박민지(24)와 김수지(26)는 나란히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9위로 1라운드를 마감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7)는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이븐파 72타(공동 48위)에 그쳤다.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 유효주(25)는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35위에 자리를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