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년 만에 도전한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변화 필요해서 도전"
"반짝하고 사라지는 커리어 원치 않아…21세기 동시대 음악 매진할 생각"
양인모 "계속 젊은 연주 하고 싶어…내 음악 작곡이 목표"
"콩쿠르 이후 정체하는 연주자들을 많이 봤어요.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커리어들도 많고요.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그런 것들이죠.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음악을 대한다면 길게 생명력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
지난 5월 한국인 최초로 핀란드 장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가 다음 달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부산시향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양인모는 공연을 앞두고 2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는 연주자로서 가장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고 회상했다.

양인모 "계속 젊은 연주 하고 싶어…내 음악 작곡이 목표"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인 이번 간담회에서 양인모는 콩쿠르 출전 배경에 대해 "변화가 필요해서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인모는 2015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9살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이미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직후엔 이제 콩쿠르는 다시 안 나가도 될 줄 알았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며 웃은 그는 "당시 미국에 머물다 보니 우승으로 얻은 유럽에서의 연주 기회들이 더 이어지지 못했고,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이번 콩쿠르 출전을 결심할 당시엔 연주자로서 갈 곳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내가 유럽에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매일 했습니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죠."
양인모 "계속 젊은 연주 하고 싶어…내 음악 작곡이 목표"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은 변화의 필요성을 키웠다.

양인모는 "시벨리우스 콩쿠르 출전 당시 현지 언론도 '이미 경력이 많은 양인모가 콩쿠르에 도전한 건 팬데믹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하기도 했다"며 "팬데믹은 모든 연주자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고 말했다.

"연주자들은 무대에 오르는 찰나의 시간 때문에 혼자 긴 연습 시간을 보내요.

연습 시간의 1∼2%에 불과한 그 시간이 사라지니 연습을 왜 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내가 세상에 왜 필요한지 고민이 됐죠. 그래서 더 콩쿠르라는 새로운 자극과 도전이 필요했습니다.

"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두 차례 우승한 그지만 콩쿠르 도전은 연주자들의 선택이라는 생각도 밝혔다.

그는 "유럽 연주자 중에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고도 굉장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진 친구들도 많다"며 "콩쿠르가 모든 연주자를 위한 관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다만 인지도를 얻고 세상에 나의 플레이를 알릴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인모 "계속 젊은 연주 하고 싶어…내 음악 작곡이 목표"
1995년생의 젊은 나이에도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 때문에 붙은 '젊은 거장'이라는 별명에 대해선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면서 "다만 앞으로도 계속 젊은 느낌의 연주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낭만이나 고전 시대의 음악보다는 21세기, 동시대 음악에 더 매진할 생각"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는 "21세기의 음악가가 21세기 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번 부산시향과의 협연에서도 21세기를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인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양인모는 "지금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들리는 소리가 바로 현대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음악이라고 어려워하지 말고 누구나 와서 즐기고 돌아갈 수 있는 놀이터 같은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인모 "계속 젊은 연주 하고 싶어…내 음악 작곡이 목표"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의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직접 연주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다만 작곡을 하면 잘하고 싶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공부보다도 더 도움이 되는 건 밤에 혼자 오선지 앞에 앉아서 음악을 쓰는 거예요.

그러면 아는 음악은 정말 많은 데도 내 음악은 한 마디 쓰는 것도 힘들다는 걸 느낄 수 있죠. 언젠가는 내 음악을 세상에 내놓고 싶습니다.

"
양인모는 이번 공연에 앞서 같은 달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청와대 가을을 물들이는 K-클래식' 무대에도 오른다.

그는 "텔레비전에서만 봤던 영빈관이 이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연주도 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