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류은혁의 공시 읽어주는 기자

M&A·계열사 지원…외부 차입 불가피
경영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 노력
예상치 못한 자금 지출에 재무 부담 우려도
👀주목할 만한 공시

롯데케미칼 주요 경영진이 4억40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김교현 부회장과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 이영준 첨단소재사업 대표 등 경영진 16명이 총 2760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취득 평균 단가는 약 16만1000원으로, 매입 자사주 규모는 총 4억4000만원이다.

자금 압박받는 롯데케미칼…무슨 일?

롯데케미칼 경영진이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을 앞두고 자회사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사격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렸기 때문. 시장에선 재무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보유 현금보다 차입금이 더 많은 순차입 상태이기 때문.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자회사인 롯데건설은 다음 달 18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을 조달한다.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로, 지분 43.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호텔롯데가 43.07%로 2대주주다.
롯데케미칼의 롯데건설 지분율을 고려할 때 약 900억원을 롯데건설에 투입해야 한다. 이 외에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대규모 자금도 빌려줬다. 이달 20일 5000억원을 이자율 6.39%에 대여했다. 차입 기간은 3개월이다.

롯데케미칼의 롯데건설 자금 지원은 예상치 못한 변수다. 이번 롯데건설 지원은 '레고랜드 사태'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서울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참여 중인데,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해당 사업의 PF 차환 발행이 어려워졌다. 이에 대주주인 롯데케미칼이 긴급 지원에 나선 것.

문제는 롯데케미칼 자금 여력이다. 시장에선 재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자금 지원 소식 직후 주가가 11% 넘게 빠졌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자금 지출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자사주 매입 나선 경영진…어떻게 해석할까

주가가 크게 빠지자 임원들이라도 직접 나서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하는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김교현 부회장과 황진구 기초소재사업 대표, 이영준 첨단소재사업 대표 등 경영진 16명이 자사주 총 2760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취득 평균 단가는 약 16만1000원으로, 총매입 규모는 약 4억4000만원이다. 김 부회장은 이번에 640주를 취득했으며, 취득금액은 1억168만7000원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의구심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이 추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2조4300억원)도 치러야 하는데, 실적마저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1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94.9% 감소한 수치이다.

롯데케미칼의 6월 말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7935억원이다. 이중 이달 11일에 지급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계약금 27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1조5000억원이다. 게다가 롯데건설 자금 지원으로 7000억원 자금 지출을 포함하면, 현금성 자산은 8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당장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1조567억원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잔금과 추가 투자금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롯데건설에 빌려준 자금이 제때 상환되지 않을 경우 외부 조달 금액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롯데케미칼이 밝힌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완료 시점은 내년 2월이다. 롯데건설에 빌려준 5000억원 단기 대여 기간은 3개월로, 제때 롯데케미칼이 회수하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부동산 경기가 더 엄혹해지는 경우 대여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악재로 주가가 빠지자 주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임직원들이라도 나서서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통상적으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인 신호를 준다.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할 수 있으며, 주가 저점의 신호로도 읽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의 일환으로 여겨진다"면서 "롯데케미칼의 경우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부터 자회사 지원 등이 겹치면서 회사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 카드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