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표현 자유 침해"…대학 측 "게시판 공정 배분"
가톨릭대 "대자보도 A4 1장 크기로 제한"…학생 반발
가톨릭대학교가 교내 공공게시판 게시물을 A4용지 크기로 제한하고 이보다 큰 대자보를 통보 없이 제거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27일 가톨릭대 학생들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 25일 학생 A씨가 교내 공공게시판에 부착한 A2용지 크기(A4의 4배)의 대자보를 아무런 통보 없이 제거했다.

해당 대자보는 최근 발생한 SPC 계열사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측 태도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대학 측은 해당 대자보가 공공게시판 게시물 크기를 A4용지로 제한한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에 어긋난다며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치에 반발한 다른 학생 B씨는 규정을 역이용하기로 하고 같은 날 A4용지 9장을 이어붙여 대자보를 만든 뒤 낱장으로 나눠 부착 승인을 요청했지만, 대학 측은 학생 1명당 게시물 1개씩만 부착할 수 있다며 불허했다.

이에 B씨는 뜻을 같이하는 8명과 함께 각각 1장씩 승인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으나, 대학 측은 조각난 대자보는 게시물 크기를 제한한 규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대학 측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생 B씨는 "애초에는 A2용지 크기의 게시물 부착을 허용했으나 지난해 12월 대학 측이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현행 기준으로 변경됐다"며 "이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학생 C씨는 "규정 때문에 목소리를 내야 할 사태에 쉬이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꼴"이라며 "대학 측은 해당 규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 측은 게시판 배분의 형평성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게시물 크기를 줄여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예방하고 게시판의 공정한 배분을 위해 개정됐다"며 "규정만 지키면 어떤 내용의 게시물도 부착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SPC 사건 관련 내용이 담긴 A4용지 크기의 대자보는 공공게시판 부착을 허용했고 큰 대자보는 총학생회 게시판에 부착해달라고 했다"며 "공동생활을 위한 규칙을 학생들이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