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GDP 0.3% 증가 그쳐…"4분기 전망 어둡다"
고물가에 기업 체감경기도 악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수출감소에 고물가·어닝쇼크…한국경제 성장 '빨간불'
올해 3분기(7∼9월) 한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 진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5%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이 계속될 경우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은 꺾이지 않고 소비자·기업 심리가 악화하는 등 경기 침체 신호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 수출이 끌어내린 성장률…10월 수출은 2년만에 감소 전환 우려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고 27일 발표했다.

9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성장 폭 자체는 올해 1분기(0.6%), 2분기(0.7%)보다 낮아졌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 0.9%포인트(p), 0.4%p로 분석됐다.

그만큼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3분기 성장률을 견인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순수출은 성장률을 1.8%p 끌어내렸다.

최근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준 셈이다.

4분기에도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수출을 둘러싼 대외여건은 좋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4억1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이달 전체 수출액이 줄어들 경우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것이 된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액은 373억5천5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1.9% 증가했다.

수출이 줄고 수입이 늘면서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의 구매력이 약화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1.3% 감소했다.

실질 GDI는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 손익을 반영한 결과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 전망에 대해 "이달 20일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드는 등 수출은 약해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민간소비의 경우 회복세가 이어지겠으나 금리와 물가 상승 요인이 있기 때문에 회복 속도는 완만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수출감소에 고물가·어닝쇼크…한국경제 성장 '빨간불'
◇ 꺾이지 않는 기대인플레에 금리 인상 계속…소비자 심리 악화
높은 물가 오름세는 경기 둔화 압력을 높인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키워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문제는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아직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9월보다 0.1%p 오르면서 석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5%대로 높은데다 10월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원유 감산 합의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 환율 상승 등이 영향을 줬다.

반면 소비심리는 악화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9월보다 2.6p 하락해 90 아래로 떨어졌다.

CCSI 역시 7월 86에서 8월 88.8, 9월 91.4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가 석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주요 개별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 기업체감경기 1년 8개월만에 최악…주요 기업 3분기 '어닝 쇼크'
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

기업 체감 경기는 1년 8개월 만에 최악으로 악화했고,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쳐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실적)는 76으로, 9월(78)보다 2p 내려 지난 2021년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

특히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이 5p 내린 74를 기록해 지난 2020년 6월(69)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반도체 소비 감소로 재고가 늘고 매출이 줄어든 탓이다.

주요 기업의 3분기 실적도 부진해 줄줄이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31.4% 감소한 10조8천5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60.3% 감소한 1조6천556억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