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범 삼일제약 회장 / 사진=김기남 기자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 / 사진=김기남 기자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두 개 안과 치료제가 2023년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두 약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현재 전사가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만난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은 내년 상반기 ‘아멜리부’와 ‘레바케이’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허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도 두 약을 통해 올해 대비 내년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률을 모두 두 자릿수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승범 회장은 허강 전(前) 삼일제약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故) 허용 창업주의 손자다. 2005년 마케팅부로 삼일제약에 처음 입사했다. 2013년부터는 대표이사로서 허강 전 명예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움직여 왔다. 지난 3월 허강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홀로서기에 나섰다.

아멜리부와 레바케이 출시는 그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아멜리부는 황반변성 치료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해 지난해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삼일제약은 올 6월 삼성바이오에피스로부터 국내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삼일제약은 아멜리부가 국내 허가를 받은 최초의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종근당이 ‘CKD-701’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시장 합류를 준비 중이지만, 선두주자인 아멜리부의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란 판단이다. 허 회장은 “판매에 필요한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해둔 상태”라며 “선제적으로 진출해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바케이는 레바미피드 성분의 안구건조증 개량신약이다.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투약 시의 작열감과 따가움 및 시야흐림 등을 개선했다.

기존 안구건조증 치료에는 히알루론산과 디쿠아포솔 성분이 주로 쓰였다. 히알루론산은 임상적 유의성이 없다는 보고가 연이어 나오면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 성분의 점안제에 대한 급여재평가를 추진하고 있다. 레바미피드는 디쿠아포솔보다 효과가 빠르다. 레바미피드 성분의 점안제가 식약처 허가를 받은 건 삼일제약의 레바케이와 국제약품의 레바아이가 최초다. 약가 산정 작업이 끝나는 대로 바로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업 준비도 순항하고 있다. 삼일제약은 내달 베트남 점안제 공장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다회용 및 일회용 점안제를 각 2개 생산시설(라인)에서 연간 1억9000만병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베트남 공장에서 삼일제약의 점안제 외에도 협력사의 아시아 판매 물량까지 위탁생산(CMO)한다는 구상이다.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인증 준비 작업에도 돌입했다. 국내와 베트남 인증은 1년, 유럽과 미국 인증은 2년 내 받겠다는 목표다.

증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주 물량 확대에 대비해 1공장 바로 옆에 2공장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1공장과 마찬가지로 다회용 및 일회용 점안제 생산라인을 총 4개까지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캐나다에 북미 사무소를 열었다. 이 곳을 활용해 북미 지역에서 안과 CMO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점안제도 출시한다. 첫 제품은 카르복시메탈셀룰로스(CMC) 성분의 인공눈물 점안제다. 삼일제약은 프랑스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 유니더와 이 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허 회장은 “내년 말 미국 보스턴에 사무소를 추가 개소하고, 2024년 내 미국과 캐나다에서 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