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당국 개입에도 엔화 약세 추세 지속할 것"

'超엔저'에 일본 무역적자 확대 예상…추가 엔화 약세 우려
가파른 엔화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일본 무역적자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블룸버그통신은 엔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부터 식료품에 이르기까지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 경제의 부담이 커지면서 대규모 무역적자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무역적자는 지난달 2개월 연속 2조엔(약 19조3천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1년간의 무역 적자 규모는 14조엔(약 135조원)으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엔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일본은 2015년 이후 계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

일본 당국은 지난달 22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90엔까지 오르자 24년여 만에 엔화를 사고 달러를 파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날 개입 규모는 총 3조엔(약 28조9천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였다.

개입 직후 140엔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다시 상승해 지난 21일 밤에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51엔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그러자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른바 '복면개입'을 단행해 엔·달러 환율을 2시간 만에 달러당 144엔대 중반까지 떨어뜨렸다.

일본 당국은 공식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당시 외환시장에 투입된 자금이 5조엔(약 48조2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24일에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9엔대 후반까지 상승한 뒤 갑자기 145엔으로 떨어져 당국이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일본 당국은 지난 2개월간 외환시장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총 570억달러(약 81조9천억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는 '초(超)엔저'로 불리는 급격한 엔화 약세의 요인으로 '투기꾼'을 들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용인할 수 없다"며 "외환시장의 동향을 긴장감을 느끼며 주시하는 동시에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외환시장 개입이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 정책과 모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일본 당국의 이 같은 시장개입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전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알려줬고, 우리는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로 이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꾸준히 개입하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큰데다가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는 한 당국의 조치와 관계없이 엔화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체이스의 일본시장 리서치 책임자인 사사키 토루는 "일본 정부가 수조엔 규모로 개입해도 일본의 무역 적자와 엔화 약세 추세는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현재 148엔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