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에 숨통 틔워달라"며 초당적 협력 촉구
약자 7번·경제 13번…尹 시정연설, '협치' 대신 '협력' 키워드
윤석열 대통령의 2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은 약자복지와 성장동력으로 압축된다.

복합 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회적 약자 중심의 복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예산 처리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발 사정 드라이브에 반발한 야당이 초유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18분간의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 약자만 7번 언급…미래 성장기반 구축도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약자'라는 단어를 7번, '취약계층'이라는 단어를 2번 언급했다.

32차례로 가장 많이 사용한 '지원'이란 단어도 약자와 취약 계층 관련 예산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다수 나왔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 가장 먼저 내몰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 지원에 예산과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경제는 13번, 투자는 9번, 산업은 5번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국정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약자 복지'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약자 복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표를 얻기 위한 정치 복지'로 규정하며 그 반대 개념으로 제시한 용어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환담에서도 "약자 복지의 미흡한 점이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달라.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원자력,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 등 미래 성장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임 정부를 겨냥해 "무너진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시급하다"며 원전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기술 개발 등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청년도 6차례 언급하며 주택, 자산 등 다방면에 걸쳐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여야 따로 있을 수 없어"…'협치' 대신 '협력' 강조
윤 대통령은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리고자 5개월여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섰다"는 발언으로 2번째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이후 '국회의 초당적 협력',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와 머리를 함께 맞댈 때' 등 표현을 달리해 가며 초당적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내 정치와 관련해 '협조'는 1번, '협력'은 2번 언급했다.

'국회'도 6차례 등장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인한 경제위기, 핵 위협을 포함한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 등으로 경제·안보 현실이 엄중해진 만큼 여야 정치권이 민생 해결에 힘을 보태야 할 때라는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도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 어려운 민생에 숨통을 틔워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통상적으로 정치권에서 많이 거론되는 '협치'라는 키워드 없이 '협력'을 부각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예산안 심의·의결을 위해 다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의 대승적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을 고려해 야당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검찰의 전방위적인 민주당 수사와 맞물려 여야 갈등 상황이 심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읽힌다.

이날 연설에는 윤 대통령이 연설마다 빠뜨리지 않고 언급했던 '자유'와 '연대'는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 공급망의 블록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언급한 정도다.

법과 질서, 혹은 법치라는 단어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법치'를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