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존슨 불출마로 수낵 입지 확고…총리 취임 후 과제 산적"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지난 9월 총리 선거에서 리즈 트러스 후보의 정책이 경제위기를 몰고 올 것으로 진단했다가 고배를 마셨으나 이제는 그 예언이 정확했음이 드러나면서 이번에는 그에게 승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수낵의 과거 발언을 거론, "수낵은 이제 '내가 그때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낵 전 장관은 보수당 대표 겸 총리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여름 내내 트러스 총리가 내세운 경제성장을 위한 감세와 차입 확대 정책에 대해 '동화' 같은 계획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NYT는 수낵 전 총리가 트러스 총리보다 비관적 태도를 견지하며 인플레이션을 경고하고 재정적 보수주의를 고집한 것이 패배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트러스 총리의 정책에 대한 수낵 전 장관의 암울한 예언이 사실로 밝혀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셈이 됐다.

투자자들은 트러스 총리가 취임 후 내세운 감세와 차입 확대에 투자를 망설였고, 파운드화는 급락했으며 정부의 차입 비용은 급등했다.

시장의 이런 대혼란은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개입하고 나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불과 두 달도 안 돼 수낵 전 장관의 예언이 정확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NYT는 9월 총리 선거에서 패배 요인이 된 '경제위기 예언'이 이제는 수낵 전 장관에게 총리실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 정부연구소(Institute for Government) 질 루터 선임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수낵 전 장관이 옳았고 트러스 총리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수낵 전 장관은 '내가 모두에게 경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보수당 대표 및 총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수낵 전 장관은 최대 경쟁자로 여겨져 온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출마를 포기하면서 선두 주자 자리를 확고히 했다.

수낵 전 장관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영국은 훌륭한 나라지만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했다"며 자신은 영국 경제를 바로잡고 싶고 약속을 실천해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NYT는 그러나 수낵 전 장관이 총리가 될 경우 직면하게 될 과제들은 절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총리에 당선되면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사상 최초의 비(非)백인 총리이자 만 42세로 210년 만에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지만 개인 측면과 경제정책 면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수낵 전 장관은 무엇보다 영국 부자 순위에 들 정도로 부유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그의 부유한 배경은 가족 세금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고 총리 취임 후 정책 추진 면에서도 그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 혼선으로 촉발된 시장의 혼란을 바로잡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영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수낵 전 장관이 되든 누가 되든 차기 총리는 통제하기 어려운 보수당과 공공 재정에 관한 엄격한 규율을 기대하는 금융시장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