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공간에 실제와 똑같이 뛰는 심장을 구현해 의대생들이 수술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가상으로 분자 구조를 설계해 신약을 만들고, 핵융합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지앙 파올로 바시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웍스 총괄대표(사진)는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디지털 대전환(DX) 기술 덕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시뮬레이션이 현실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3차원 설계와 시뮬레이션 분야 세계 1위 프랑스 기업이다. 매출 7조4000억원에 시가총액이 66조원에 달한다. ‘3D익스피리언스웍스’ 등 이 회사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은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기계, 발전소 등 설계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140개국 27만 개 회사가 사용하고 있다. 가상 공간에 제품을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단계를 넘어, 충돌 테스트처럼 각종 동작과 물성 변화까지 현실처럼 구현해낸 ‘버추얼 트윈’ 기술의 선두 주자로 널리 알려졌다.

버추얼 트윈으로 재현한 사람의 심장
버추얼 트윈으로 재현한 사람의 심장
버추얼 트윈은 연구개발(R&D)과 디자인, 제조, 마케팅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현실에서 실험할 경우 많은 위험과 비용이 따르는 바이오 분야나 핵융합·원자력 관련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바시 대표는 “환자의 신체 데이터를 이용하면 신약을 환자에 투여한 뒤 반응을 알아보는 임상시험도 시뮬레이션으로 가능하다”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체에 가장 적합한 의료보형물과 합금을 개발하는 데에도 버추얼 트윈이 사용되며 세계 최초로 디지털 공간에서 심장 수술을 하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티니코는 척추 기형 환자들을 위한 보형물에 사용되는 생체 의료용 합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했다.

디자인 분야에선 디자인 목적과 간략한 조건 사항만 입력하면 구체적인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아도 AI가 최적의 형상을 제안한다. 정확성도 최정상급이다. 가상 공간에서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와 거의 동일하다는 게 다쏘시스템 측 주장이다. 바시 대표는 “산업계에서 다쏘의 ‘파괴 테스트’ 시뮬레이션만 통과해도 성능을 인증하는 국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향후 제조업의 설계 흐름과 관련해선 “재활용이 가능하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한 항공사는 이 회사와 함께 노후 항공기를 분해해 새로운 항공기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가상 환경에서 수만 개의 부품별 수명과 고장 여부를 확인한 뒤, 교체해 조립해보고 정상 가동되는지를 시뮬레이션해보는 식이다.

그는 “미래 수요는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으로 형성되는 ‘경제의 서비스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싸고 품질 좋은 제품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