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 "혐오범죄, 작년동기대비 71% 급증…유대인 대상 최다"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서 올해 들어 혐오범죄 신고가 급증했으며 특히 유대인이 가장 빈번한 표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시카고시 대인관계위원회(CCHR) 낸시 앤드레이드 위원장은 전날 시의회 예산 청문회에 출석해 관련 통계자료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들어 지난 18일까지 CCHR에 접수된 혐오범죄 건수는 모두 7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45건에 비해 71%나 늘었다.

이 가운데 유대인 대상이 18건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흑인이 16건이었다고 선타임스는 전했다.

성소수자 대상은 8건, 아시아계 대상은 5건으로 집계됐다.

유대인연합기금(JUF)은 2020년 기준 시카고 대도시권 인구 가운데 유대계 비율을 3.8%로 추산했다.

2021년 7월 기준 연방 센서스국 자료에 따르면 백인 47.7%, 흑인 29.2%, 라틴계 28.6%, 아시아계 6.8% 순이다.

선타임스는 "CCHR 자료상 수치는 CCHR에 접수된 혐오범죄만 반영하고 있을 뿐"이라며 같은 기간 시카고 경찰에 신고된 혐오범죄 건수는 12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앤드레이드 CCHR 위원장은 "혐오범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각 커뮤니티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사례들을 공개, 범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 공영방송(PBS)은 지난해 미 전역에서 발생한 반(反)유대주의 사건 수가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지난해 미 전역에서 총 2천717건의 유대인 혐오범죄가 발생했다"며 "하루 평균 7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ADL 최고경영자(CEO) 조너선 그린블랫은 "미국에서 반유대주의 행동은 15년 전 무렵부터 차츰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6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작년 한 해 동안에만 167%가 늘어 현재 2015년의 3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PBS 기자 윌리엄 브랭엄은 "작년 급증 기간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가자지구를 공습한 때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그린블랫은 "해당 기간인 작년 5월 유대인 혐오범죄가 150% 가량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대인이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서 대낮에 구타 당하는 일은 이제껏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미국의 주요 선출직 공무원과 권력자들이 중국 책임론을 주장한 후 미국에서 아시아계 혐오범죄가 늘어난 것처럼 이들이 유대계에 대해 거친 주장을 하고 비난할 때 유대인 공격이 느는 것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리 오스터먼 시카고 시의원은 "혐오범죄를 촉발하는 민족·인종·종교·정치 집단간 긴장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어쩌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카고가 '불법이민자 보호도시'(성역도시)를 표방하며 지난 8월 말 이후 텍사스 주로부터 3천500여 명의 불법입국자를 받은 사실을 상기하면서 "2024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긴장이 더 고조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