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선 부동산에 대한 대화가 부쩍 늘어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여파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주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소문이 돌자,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이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한 게 그 예다. 한경 마켓PRO는 블라인드 인터뷰를 통해 시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솔직하게 담아봤다.
○'PF·가계부채가 증시 흔들까' 걱정하는 증권가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19~21일 사흘 동안 주가가 약 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 미만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눈에 띄게 크다.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자회사 자금 지원 소문이 돌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선 지난 14일부터 모 건설사가 두자릿수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다 실패했단 소문이 돌았다. 이후 지난 19일부터는 롯데건설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이 직접 자금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다 구체화된 추측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에 주가가 먼저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실제 20일 장 마감 후 롯데케미칼은 공시를 통해 5000억원을 롯데건설에 대여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시장에선 이번 사태를 꽤 심각하게 보고 있다. A씨는 "롯데건설 사태는 유동성 우려가 불거질 것 같은 기업들은 향후 부정적인 소문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채권시장 안정펀드 등 유동성 지원 정책이 나오겠지만 수출기업이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업체)과 달리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기업들은 이후에도 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부동산 발 가계부채 붕괴, 이로인한 경제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CIO) B씨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가계부채가 너무 많고 그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있어서 부채의 질이 굉장히 나쁜 편"이라며 "이 부채가 터지기 시작하면 경기불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며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등 부실한 기업 피해야"
우려가 가장 큰 업종은 증권과 건설사다. 중앙은행 긴축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PF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경우 PF 외에도 주식, 채권, 기업공개(IPO) 등 대부분의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리츠도 안전하지 않다. 다른 펀드매니저 C씨는 "T건설사의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 갖고 있는 현금으로 막았다는 얘기가 있다"며 "건설사는 물론이고 최근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PF 투자를 늘렸던 증권사 중 D사와 같은 중소형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돈다"고 귀띔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재무구조가 어려운 기업의 경우 공매도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법하단 의견도 나온다. A씨는 증권주를 바구니째 공매도하는 것 외에도 아시아나항공의 하방 가능성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신용등급이 매우 낮아 취약한 데다 매 분기 부채 이자비용만 800억원씩 내고 있다.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우려지점"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하면서 알짜 장거리 노선 중 일부를 타 항공사에 넘겨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역시너지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불황에 베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씨는 최근 간편식을 만드는 음식료업종에 대한 베팅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C씨는 "마트표 치킨이 유행하는 등 움직임을 보면 한국은 이미 불황이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물가가 올라 사람들이 외식에 지출하는 비용은 늘었음에도 외식의 질은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간편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