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 차드는 지난해 가뭄에 시달렸지만, 올해는 30년 만에 최악의 폭우로 100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하면서 급기야 19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초지가 물에 잠겨 멀리 내쫓긴 소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우유도 잘 안 나온다.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도 올해 우기에 여느 때와 달리 8월 이후 폭우로 주민 600명 이상이 숨지고 130만 명이 살던 집을 떠나야 했다.
아프리카 곳곳이 기후변화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는 세계 다른 대륙과 비교하면 산업 발전이 더뎌 탄소 배출도 가장 적은 곳이다.
글로벌 탄소배출량의 약 3%만 아프리카에서 나온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이런 불균형에 더해 아프리카는 재생에너지 전환에서도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대체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아프리카는 아직 석유와 가스 같은 탄화수소 자원 탐사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은 최근 자국민의 전력 접근성 향상을 위해 가스 개발은 필수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아프리카 13억 인구의 43%가 전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땅덩어리가 큰 콩고민주공화국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콩고분지 열대우림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콩고는 최근 이곳 일부 지역과 이탄지에서 석유·가스 개발에 나서 탄소 배출 폭증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프리카는 전세계 천연가스의 13%, 석유의 7%를 각각 차지하고 있지만 에너지 이용은 가장 낮다.
지난 수주간 대륙 여기저기를 가로지르며 8건의 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아프리카 입장에서 서구가 석유 개발을 하지 말고 재생 에너지 쪽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서구는 산업혁명 이후 개발의 이익을 다 누리고 이제 좀 개발의 편익을 통해 가난을 덜어보겠다는 자신들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서구에서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전환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주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2020년까지 연 1천억 달러(약 143조원)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개발도상국의 대표 격으로 우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탈(脫)석탄발전 지원을 돕기 위해 85억 달러가 배정됐다.
하지만 세계 1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남아공은 그 사용처를 놓고 미국, 영국, 독일 등과 옥신각신하고 있다.
남아공은 그 자금의 일부를 친환경 명목으로 전기차 개발에 쓰고자 하는데 서구는 온전히 석탄발전 폐쇄에 쓰라고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 전했다.
서구가 전기차 개발에 그 돈을 쓰지 말라고 하는 배경은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자신들이 전기차를 팔고 있으니 굳이 남아공까지 전기차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는 서구가 말 대신 행동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다음 달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을 앞두고 이달 초 아프리카 나라들은 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에서 예비모임을 갖고 대안 기술과 금융 지원을 촉구했다.
아프리카는 사실 재생에너지 잠재력도 크다.
세계적으로 양질의 태양광 자원 60%가 아프리카에 있지만, 대륙 내 태양광 설비는 세계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기후변화 전문가인 유엔환경계획(UNEP)의 다니엘 푸아쿠유 박사는 20일 대륙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연합뉴스의 질문에 "아프리카가 석유가스 개발을 포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도록 선진국도 수사에 그치지 말고 아프리카를 혁신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의 혜택은 전 세계가 누리기 때문에 그러한 이득을 달성하기 위한 비용도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