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과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갱년기 증상인 안면홍조(hot flash)와 야한증(night sweat)이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안면홍조는 야한증과 함께 폐경 후 나타나는 혈관운동 증상(VMS: vasomotor symptom)으로 얼굴이 붉어지면서 화끈거리는 증상이다.
한 번 시작되면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계속되며 잦으면 하루에 20번까지 발생한다.
야한증은 밤중에 자면서 지나치게 땀을 흘리는 증상이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메디컬센터 정신의학 전문의 레베카 서스턴 교수 연구팀은 안면홍조와 야한증은, 특히 이런 증상이 수면 중에 발생하는 경우, 인지기능 손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18일 보도했다.
폐경 직전이거나 폐경을 겪고 있거나 지난 2개월 동안 멘스가 끊어진 여성 226명(평균연령 59세)를 대상으로 2017~2020년 진행한 연구(MsBrain Study)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들은 체질량 지수(BMI: body-mass index)가 정상 수치를 조금 넘어선 평균 26.7이었고 혈압은 정상이었다.
이들은 24시간 동안 평균 5회의 혈관운동 증상을 겪고 있었다.
뇌졸중 병력, 뇌종양, 간질, 뇌 외상, 기타 뇌 질환이 있는 여성들은 분석대상에서 제외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수면·각성 활동량 검사(actigraphy), 수면 평가, 신경영상 검사(neuroimaging) 등으로 혈관운동 증상에 대한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수면·각성 활동량 검사는 손목시계처럼 생긴 작은 장치를 손목에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환자의 움직임을 측정, 수면/활동 리듬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수면 중 안면홍조와 야한증이 나타나는 여성은 뇌 백질 변성(white matter hyperintensity) 위험이 17%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뇌 백질 변성은 인지기능 장애와 연관이 있는 뇌 병변이다.
뇌 백질 변성은 주로 심부 백질(deep white matter), 뇌실 주변 백질(periventricular white matter), 전두엽(frontal lobe) 등의 부위에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안면홍조와 야한증이 깨어있을 때만 나타나는 여성도 뇌 백질 변성 위험이 9% 정도 높았다.
이 결과는 연령, 인종, 교육 수준, 흡연, BMI, 혈압, 인슐린 저항, 혈중 지질 등 여러 공변수(covariate)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뇌는 신경 세포체로 구성된 겉 부분인 대뇌 피질과 신경세포들을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깔린 속 부분인 수질로 이루어져 있다.
피질은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gray matter), 수질은 하얀색을 띠고 있어 백질이라고 불린다.
연구팀은 혈관운동 증상은 중년 여성의 건강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면서 여성에게 중년은 알츠하이머 치매나 다른 유형의 치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여성은 폐경기로 넘어가면서 약 70%가 혈관운동 증상을 겪기 시작하며 증상은 평균 7~10년 동안 계속된다.
이 연구 대상자들은 그러나 대부분 백인이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화할 수는 없으며 또 참가자 대부분이 폐경 여성이기 때문에 폐경 직전 여성의 경우 모두에 이 결과를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걍조했다.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 같은 방법으로 혈관운동 증상을 치료하는 경우 심혈관과 뇌 건강이 개선되는지가 앞으로의 연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북미 폐경 학회(NAMS: 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되는 동시에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