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 선배들과 달리 손흥민은 전성기…리그·A매치·UCL서 모두 골맛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들도 우승 트로피를 들기 위해 기꺼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던진다.
명실상부한 '별들의 전쟁'이다.
한동안 발롱도르 수상을 양분했지만 이제 점점 스러져가는 '별'이 되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 한다.
FIFA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30)와 올해 발롱도르를 받으며 최고 선수로 공인받은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35)의 활약에도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리나라가 속한 조별리그 H조가 특히 주목할 만한 전장으로 꼽힌다.
세계 최고 리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득점왕 선후배'들이 한국(손흥민), 포르투갈(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우루과이(루이스 수아레스)의 선봉에 서서 16강 진출을 다투기 때문이다.
◇ 15년 전 EPL 득점왕 호날두, '황금 세대'와 포르투갈 견인
H조에서 'EPL 득점왕'의 형님 격인 호날두는 22세이던 15년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며 정규리그 31골로 2007-2008시즌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득점왕을 발판 삼아 본격적으로 전성기에 오른 호날두는 역대 최초 클럽 통산 700골의 고지에 오르고, A매치(국가 대표팀 간 경기)에서도 117골로 역대 1위에 등극하며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호날두와 '황금 세대'가 함께 하는 포르투갈은 FIFA 세계 랭킹 9위로 H조에서 경쟁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브루누 페르난드스(맨유)와 베르나르두 실바, 주앙 칸셀루(이상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선수(MVP) 하파엘 레앙까지 각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기술자'들이 모여있다.
풍부한 2선 자원들이 공급하는 패스를 호날두가 잡아서 마무리하는 장면은 H조에 속한 다른 팀에 큰 위협이 된다.
그러나 최근 골잡이로서 호날두는 무뎌진 경기력을 보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나서는 팀으로 가겠다며 이적 소동을 벌여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호날두는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신체 능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속팀 맨유에서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리그 8경기에서 단 한 골만 기록 중이며, UEFA 유로파리그 4경기에서도 골은 하나뿐이다.
18일 발표된 발롱도르 후보 30인 명단에서도 호날두는 전 세계 기자단 100인의 투표 결과 20위에 자리했다.
세계 정상급에서는 이제 한발 물러선 모양새로, 이번 월드컵은 호날두에게 기량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명예 회복'의 장이기도 하다.
◇ '12년 전 감아차기'의 아픔…아직도 우루과이 중심 골잡이 수아레스
H조 EPL 득점왕 3인방의 '둘째'는 우루과이의 간판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5)다.
그도 한 시대를 풍미했다.
2013-2014시즌 리버풀(잉글랜드)에서 31골 12도움을 몰아쳐 득점왕의 상징 골든 부트 트로피를 받았다.
이후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메시, 네이마르와 이른바 'MSN' 공격진으로 불리며 정규리그 4회, 국왕컵 4회, UCL 1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호날두보다 두 살 어린 그는 선수 생활의 황혼기는 더 빨리 맞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마지막으로 올여름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며 고국의 친정팀 나시오날로 돌아갔다.
현 기량만 따졌을 때 손흥민의 토트넘(잉글랜드) 동료인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리버풀의 전방을 책임지는 '신성' 다윈 누녜스 등 우루과이에서 경계할 선수는 많다.
그러나 여전히 팀의 중심은 수아레스다.
지난달 28일 캐나다와 평가전에서도 위협적인 장면에는 어김없이 수아레스가 등장했다.
전반 33분 나온 누녜스의 골도 수아레스의 발끝에서 나왔다.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누녜스의 머리로 정확히 향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수아레스가 이끄는 우루과이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최초로 원정 16강까지 오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수아레스에 2골을 내주며 8강 진출이 좌절됐다.
특히 1-1 동점이던 후반 35분 수아레스가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둥근 궤적을 그리며 휘더니 골대를 맞고 빨려 들어가 한국 축구 팬들을 눈물 짓게 했다.
◇ 손흥민은 '현재 진행형'…리그·A매치·UCL서 모두 득점포
한국 대표팀의 '창' 손흥민(30·토트넘)도 지난 시즌 EPL 득점왕에 오르며 호날두, 수아레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시즌 23골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공동 득점 선두를 달성한 손흥민은 아시아 최초 EPL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발롱도르 후보 30인 중에서도 11위까지 올랐다.
두 선배와 달리 손흥민은 선수 생활의 절정 구간을 보내는 중이다.
최근 득점 감각도 예리하다.
시즌 초 골 가뭄을 겪은 손흥민은 9월 A매치 주간 전 마지막 리그 경기인 레스터시티전에서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몰아쳤다.
이후 국내에서 펼쳐진 A매치 두 경기에서도 연속으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앞선 해트트릭이 일회적 폭발이 아닌 날카로워진 골 감각의 산물임을 증명했다.
지난 13일 UCL 조별리그 D조 4차전 프랑크푸르트(독일)와 홈 경기에서도 두 골을 폭발하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UEFA 선정 이 주의 선수, 골, 베스트 11 모두 손흥민의 차지였다.
객관적인 전력은 포르투갈, 우루과이에 우위를 점하기 어렵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손흥민에게도 함께 싸울 동료들이 있다.
세리에A 정상급 수비수로 도약한 김민재(나폴리)가 '선배 득점왕들'을 저지하는 사이 그리스 최고 명문의 중원을 지휘하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손흥민의 득점을 지원한다.
손흥민이 먼저 마주하는 EPL 득점왕 선배는 수아레스다.
다음 달 24일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1차전이 예정돼 있다.
28일 오후 10시에 가나와 2차전을 가진 후 12월 3일 오전 0시에 호날두의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