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당정이 야당에 대한 막판 설득 작업에 나섰다. 쌀 매입에 매년 1조원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전략 작물 재배 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농민 표심을 겨냥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법안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의견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민주당의 농정 실패를 덮고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략적 법안에 불과하다”며 “나라의 미래와 농업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양곡관리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며 ‘의회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쌀값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수확기에 초과 생산량을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당정은 이날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불러올 역효과도 부각했다. 소농(小農)은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인 데다 농민들이 정부를 믿고 쌀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공급과잉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 의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미래 농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당정이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는 가루 쌀·밀·콩과 같은 전략 작물 생산 확대를 통해 식량안보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단기적 수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 올해와 같이 선제적이고 과감한 수급 안정 대책을 통해 쌀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성 의장은 “매년 1조원을 쌀 시장 격리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농가 전체를 위한 공익직불금과 미래 농업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농업 전체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여러 안을 들고 막판까지 야당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를 우회해 법안을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60일 이내 체계·자구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안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