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과 경제 분리하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아"
IRA 염두에 둔 듯 "한미 기업 제로섬 동의 안해"
주한 美대사 "우리는 중국에 의존할 수 없어…서로에 의존해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18일 "우리는 지역 및 도전과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지지에 의존할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인사말에서 "우리는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스스로 주장한 것처럼 책임있는 행위자가 될 것을 계속 압박할 것"이라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한국 언론과 공식 간담회에 사실상 처음으로 나선 골드버그 대사는 "앞으로 몇 분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들의 도전에 동맹이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비교적 명확히 내놨다.

그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제재 회피 노력을 막지 못한 중국은 이 같은 위협에 대해 한 일이 거의 없다"며 "북한은 평화, 특히 비핵화를 대가로 한 평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불행하게도 우리의 적들도 자유와 법치가 다스리는 현대 세계 질서를 바꾸기 위해 똑같이 의지를 발휘하고 있고, 그들에게 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지정학과 경제관계를 분리시킬 수 있다면, 그래서 금전적인 손해 없이 우리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우리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난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이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를 배치한 이후 (한국인들도) 경제적 보복을 견뎌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라 중국이 한국에 가했던 경제보복을 가리킨 표현으로 보인다.

골드버그 대사는 "러시아,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는 민주주의 국가 간의 불화를 바탕으로 성장한다"며 "그들이 분열의 씨앗을 심을 기회를 우리가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공급망 이슈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이유로 상호 의존성을 무기화시키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한국내 논란을 의식한 듯 "미국 기업이 이기면 한국 기업이 진다는 제로섬 게임으로 양자 경제 관계를 규정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미 기업들이 함께 일하면서 모든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견해"라고 말했다.

이어 "종종 양측의 무역 분쟁이 있기도 하지만 해결 의지가 있고 해결을 위한 메커니즘도 있다"며 "동맹 혹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약해졌다는 조짐으로 삼는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특히 IRA상의 전기차 세액공제에 대한 한국의 우려에 대해 "이를 다룰 방법에 대해 지속해서 논의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이 법안의 실질적 대상은 기후변화와 공급망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하고 싶다"며 "IRA 조항들은 너무 늦기 전에 미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하다.

기다릴 수 없다는 사실도 우리가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골드버그 대사의 '기다릴 수 없다'는 언급이 한국이 요청해온 IRA 조항 유예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것인지 주목된다.

아울러 골드버그 대사는 "여성과 사회 소외계층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올바른 일이자 국가의 안보적 의무이며 우리는 그러한 맥락에서 양국의 정책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정부 경제 문화 영향력은 세상의 일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또한 한국은 이러한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