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씨(32)는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편의점에 가기 위해 차량을 잠깐 정차해둔 사이 10대 학생들이 자신의 스포츠카를 뒤지고 있었다. 그 상황을 목격한 김씨가 헐레벌떡 뛰쳐나왔지만 차량 안에 있던 현금 10여만원이 사라진 뒤였다.

코로나19로 잠잠하던 청소년 차털이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가의 외제 차량이 몰려 있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발생 빈도가 높다.

16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서초·송파구에 차털이 범죄가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에서 발생한 차털이 범죄는 205건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았다. 뒤이어 강남구 187건, 서초구 107건이 발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차털이 범죄가 가장 적은 지역은 강북·금천구다. 각각 24건, 23건의 차털이 범죄가 일어났다.

차털이 범죄의 주요 타깃은 고가의 외제 차량이다. 수입차 등록 비율이 높은 강남3구에 범죄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6~2020년) 수입차 비율 1위는 강남구다. 강남구는 등록된 차량 23만9643대 중 8만8753대, 약 37%가 수입차다. 서초구(6만1370대)와 송파구(5만5697대)가 뒤를 이었다. 수입차 비율이 낮은 자치구는 강북·금천구다. 이 두 곳은 수입차 대수가 1만 대 미만인 자치구이기도 하다. 서울 수입차 비율은 2016년 13%에서 지난해 19%로 늘어나는 등 최근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지문이나 얼굴 사진 등 데이터가 부족한 탓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주로 자동 잠금 장치가 없는 구형 외제차가 범죄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

‘차털이범’ 가운데 10대 초반인 ‘촉법소년’의 비율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까지로, 최대 2년간 소년원에 보내는 게 최고 처분이다.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만 13세를 제외한 10세부터 12세까지의 범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10세부터 12세까지의 촉법소년 송치는 2019년 518건에서 지난해 675건으로 30%가량 늘었다. 이 중 10세 촉법소년은 2019년 74건에서 2021년 152건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수입 차량을 대상으로 범행했을 때 이익 기대치가 더 크기 때문에 범죄 타깃이 자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