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7년 만의 우승 이끌고 '활짝'…"모든 면에서 선도하는 팀 만들 것"
'10년 대운 입증' 홍명보 울산 감독 "2032년엔 뭘 할까요?"
"2032년에 뭘 해야 하나, 벌써 생각 중입니다.

하하하"
프로축구 울산 현대를 2022시즌 K리그1 우승으로 이끌며 '10년 주기 대운설'을 입증한 홍명보 감독이 활짝 웃었다.

울산은 16일 강원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A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강원FC에 2-1로 역전승하며 17년 만의 우승을 확정했다.

지난 3시즌 연속으로 전북 현대에 밀려 준우승에 그치는 아픔을 겪은 터여서 울산 팬들에게는 더 감격스러운 우승이다.

홍 감독에게도 10년 만에 찾아온 매우 값진 성과다.

홍 감독은 선수 시절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앞장섰고, 지도자가 된 뒤에는 2012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을 지휘했다.

이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이끄는 팀을 '챔피언' 자리에 올려놨다.

'홍명보 10년 주기 대운설'이 축구계에 우스갯소리처럼 나돌았는데, 이게 진짜 현실이 됐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홍 감독은 "(2012년과 2022년은) 정말 열심히 했던 해였는데, 우연히 그런 결과들이 나왔다.

올해도 열심히 했더니 (우승이)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주기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도 고민인데…, 2032년에 다시 한번 봐야할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올드'할 것 같다"고 웃었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10년 대운 입증' 홍명보 울산 감독 "2032년엔 뭘 할까요?"
-- 우승 소감은.
▲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멋진 일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리그 1위로 올라선 뒤, 마지막까지 1위를 고수하며 17년 만의 우승을 차지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항상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준 서포터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물심양면 도와준 김광국 단장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오늘 경기는 먼저 실점하고 어려운 상황으로 흘렀다.

하지만 마지막 20분을 남기고 우리 선수들이 지난 1년간 해온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 (설영우와 이명재가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물을 뿌리고 가자) 물벼락 맞은 기분이 어떤가.

▲ 물먹은 기분이 좋다.

(웃음) 작년에 처음 K리그를 (감독으로) 경험했다.

내가 두 번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작년에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

-- 한 해를 돌아보면서 어려웠던 순간을 꼽아 보자면.
▲ 매 순간이 쉽지 않았다.

처음 시즌 시작하면서 (오세훈, 이동준, 이동경 등) 몇몇 선수가 이적해 그 공백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했다.

대안(레오나르도, 마틴 아담 등)이 나타나서 그 방법으로 가다가, 그게 읽히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 덕에 무사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1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앞에서 바람맞으며 뛰니까 페이스 조절이 잘 안 될 때도 있었다.

'10년 대운 입증' 홍명보 울산 감독 "2032년엔 뭘 할까요?"
-- 선수와 감독으로 K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한 4번째 감독이 됐다.

▲ 1992년에 우승하고 신인상을 받은 기억이 난다.

이렇게 감독으로서도 우승하게 돼 기쁨에 2배다.

-- 이제 '홍명보 10년 주기 대운설'은 팩트이자 진리인가.

▲ (2012년과 2022년은) 정말 열심히 했던 해였는데, 우연히 그런 결과들이 나왔다.

올해도 열심히 했더니 (우승이) 따라와 줬다.

10년 주기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도 고민인데…, 2032년에 다시 한번 봐야할 것 같다.

그때는 내가 '올드'할 것 같다.

(웃음)
-- 우승 확정되자 한일 월드컵 이후 가장 밝게 웃은 것 같다.

▲ 2012년에도 밝게 웃었다.

(웃음) 오늘도 밝게 웃었는데, 선수들이 내가 10년에 한 번씩 웃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10년 대운 입증' 홍명보 울산 감독 "2032년엔 뭘 할까요?"
-- 이청용이 비록 공격포인트는 적지만,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쳤다.

▲ 작년에 이청용에게 주장 완장을 채우면서 팀의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청용은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에 걸맞게 우리 팀을 잘 이끌어줬다.

올해는 특히 어려운 경기에서 이청용의 활약이 더 빛났다.

부상도 많지 않았다.

이청용이 MVP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준우승 징크스를 드디어 넘었다.

이제 울산도 전북처럼 리그를 연속으로 제패하는 흐름으로 갈 수 있을까.

▲ 징크스를 넘는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36라운드) 포항전 무승부(1-1)는 (35라운드) 전북전 승리(2-1 역전승)보다 우승에 더 중요한 경기였다.

포항전에서 우리가 졌다면, 정말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승점 1을 따낸 게 중요했다.

울산을 모든 면에서 선도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꼭 좋은 선수, 비싼 선수들만 데려와서 우승하는 게 아니라, 훌륭한 선수들을 데려와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