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경고…"中 은행권 대출 28%가 부동산업체·주담대"
IMF "中 부동산업계 45%, 번 돈으로 채무 감당 어렵다"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 업체의 절반 가까이는 번 돈으로 채무 원리금 상환도 못 할 정도로 부실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나왔다.

16일 IMF의 세계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기준으로 볼 때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45%가 이익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MF의 자체 분석에 따른 것으로, 특히 부동산 업체의 20%는 최근 시세에 따라 미분양 아파트 등 재고 자산 평가액을 재조정할 경우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IMF는 설명했다.

중국 집값은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하락한 상태로, 월가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지난달 중국 부동산 업계의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국영 개발업체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IMF "中 부동산업계 45%, 번 돈으로 채무 감당 어렵다"
지난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디폴트 사태를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오른 부동산 시장 문제는 올해 중국 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헝다 사태까지만 해도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사태를 통제하며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부동산 업체들도 연이어 디폴트를 맞이했고, 올해 4∼5월 상하이 등 대도시가 코로나19로 장기간 봉쇄된 여파로 주택 판매가 급감한 것도 부동산 경기 하락을 부채질했다.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선(先)분양을 통해 아파트 등 주택 매수자들로부터 분양대금을 먼저 받고 이 돈으로 공사를 진행하는데, 대출이 어려워지고 분양대금 수입이 급감하면서 유동성 경색이 심해졌다고 IMF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 건설을 마무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갚지 못하겠다고 나오며 부동산 위기가 금융기관들로 옮겨갈 위험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부동산의 회수 가능 가치는 제로에 가까운 만큼 은행권의 타격은 더 커지게 된다.

중국 은행권의 전체 대출 가운데 8%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빌려준 것이고 20%는 주택담보대출인 만큼, 이들이 디폴트에 빠지면 소형은행을 중심으로 중국 은행권에 큰 악재가 될 것으로 IMF는 평가했다.

또 지방정부들이 부동산 업계를 지원하는 데 실패할 경우 업계 전반에 부정적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금리 인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은행 자금 지원,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특별 대출 제공에 이어 신규 주택 구매 때 기존 주택에 대한 개인소득세 환급, 지방정부의 신규 주택 직접 매입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정보업체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4% 감소했고, 부동산 거래 성수기인 국경절 연휴(1∼7일) 주요 20개 도시의 주택 거래도 전년 동기 대비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