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서해 130여발·동해 40여발 이어 오후 390여발 쏟아부어
9·19 해상완충구역 포격으로 군사합의 기로에…北, 탄도미사일·위협비행도
北, 새벽 이어 오후에도 동·서해 포격도발…9·19합의 내팽개쳐(종합)
북한이 심야에 총 4시간 30여 분가량 전투기 위협 비행,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포병 사격까지 전례 없는 연쇄 도발을 감행했다.

최근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로 군사합의 파기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뤄진 노골적인 합의 위반에 2018년 채택된 9·19 군사합의가 계속 유지될지 갈림길에 섰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후 5시께부터 6시 30분께까지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발, 오후 5시 20분께부터 7시께까지 서해 해주만 일대 90여발, 서해 장산곶 서방 일대 210여발 등 총 390여발의 포병 사격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동·서해상 낙탄 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내이며,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는 것으로 합참은 평가했다.

군은 동·서해상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즉각 도발을 중단하라는 경고 통신도 수회 실시했다.

앞서 북한은 이날 새벽에도 동·서해에 포격 도발을 했다.

오전 1시 20분께부터 1시 25분께까지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 발, 2시 57분께부터 3시 7분께까지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 발의 방사포 등 포병 사격을 했다.

역시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었지만, 탄착 지점은 9·19 합의에 따라 사격이 금지된 NLL 북방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부였다.

북한은 2019년 11월 창린도 방어부대의 해안포 사격 등 과거에도 9·19 군사합의 위반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어긴 건 처음이다.

北, 새벽 이어 오후에도 동·서해 포격도발…9·19합의 내팽개쳐(종합)
또 북한 전투기로 추정되는 10여 기의 군용기가 전날 오후 10시 30분께부터 이날 0시 20분께까지 우리 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북한 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TAL) 이남까지 내려와 위협 비행을 했다.

이들 군용기는 9·19 합의에 따라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에 5∼7㎞까지 근접 비행했는데, 이는 군사합의 채택 이후 처음이다.

이에 공군은 F-35A를 포함한 우세한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켜 대응했다.

이어 이날 오전 1시 49분께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700여㎞, 고도는 50여㎞, 속도는 약 마하 6(음속 6배)으로 탐지됐다.

北, 새벽 이어 오후에도 동·서해 포격도발…9·19합의 내팽개쳐(종합)
북한은 미사일 도발 직후인 오전 2시 17분께 인민군 총참모부 명의의 발표에서 "전선 적정(적에 대한 정보)에 의하면 10월 13일 아군(북한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트집 잡은 '남조선군 포사격'은 실제로는 주한미군의 MLRS(다연장 로켓) 사격훈련으로, 9·19 합의로 포병사격이 금지된 MDL 5㎞ 이내보다 훨씬 이남 지역에서 남쪽으로 시행한 정상적인 연습탄 발사였다.

북한의 연쇄 도발에 국가안보실은 김성한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우리의 정당한 사격 훈련을 빌미로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면서 해상완충구역 내 포사격을 감행하고, 위협비행 및 탄도미사일 불법발사 등 적대행위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합참 또한 대북 경고성명을 내고 북한 도발을 엄중 경고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방부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으로 대북전통문을 보내 9·19 합의 위반을 지적하고 합의 준수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 도발에 대해 나름 빈틈없이 최선을 다해서 대비태세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한일 북핵수석대표들도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즉각 성명을 내고 "한국과 일본에 대한 방위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北, 새벽 이어 오후에도 동·서해 포격도발…9·19합의 내팽개쳐(종합)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연이은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중거리·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지난 12일엔 전술핵운용부대의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인사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