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싱서 손 떼면 대주주 지위만 남아…다른 방법으로 참여 가능성도
SM 이수만, '라이크기획' 통한 프로듀싱 손 뗀다(종합)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한 소속 가수 프로듀싱을 올해 연말부로 그만둔다.

프로듀싱 명목으로 연간 200억원 이상을 받아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은 만큼, 라이크기획에서 손을 떼라는 소액 주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올해 12월 31일부로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해 프로듀싱 명목으로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받은 금액은 24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3.42%였다.

라이크기획은 이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로, SM과 프로듀싱 계약을 맺어 관련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인세로 받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에 프로듀싱 용역 명목으로 114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SM엔터테인먼트가 거둔 영업이익(이하 연결기준)은 386억원으로,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29.6%에 해당하는 액수를 이수만 개인에게 지급한 셈이다.

K팝 콘텐츠 기업의 특성상 프로듀서의 창의성이 중요하더라도 상장 기업 영업이익의 3분의 1 가까이를 설립자에게 고스란히 가져다주는 것은 기업 가치를 훼손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약 1.1%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에 일감을 몰아줘 주주와 회사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하며 지난 수개월간 이 총괄 프로듀서 측을 압박해왔다.

얼라인파트너스를 위시한 SM엔터테인먼트 소액 주주들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지난 8월에는 주주 서한을 통해 "주총일로부터 5개월 가까이 지났어도 여전히 개선 방안이나 진행 상황이 발표되지 않았다"고 문제 제기를 계속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이에 지난달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의사를 SM엔터테인먼트 측에 밝혔고, SM엔터테인먼트가 이날 이를 확정한 것이다.

얼라인 측은 이런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로서 H.O.T., 신화, S.E.S.,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NCT 등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을 배출한 회사의 간판 그 자체다.

그런데도 스스로 프로듀싱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라이크기획을 둘러싼 소액 주주 등 세간의 따가운 시선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프로듀싱에서 손을 뗀다면 SM엔터테인먼트 내 지위는 '대주주'로만 남게 된다.

SM 이수만, '라이크기획' 통한 프로듀싱 손 뗀다(종합)
SM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에 따른 별도의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지난달 SM엔터테인먼트는 "당사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역량과 산업 전반에 대한 비전에 동감해 프로듀싱 계약을 맺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K팝 스타들을 탄생시킴은 물론, 체계적인 문화기술을 발전시켜 전 세계에 K팝을 확산시킨 성과를 이룩해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총괄 프로듀서는 단순 작곡·작사에 관여하는 수준을 넘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음악적 지향성과 세계관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그룹 샤이니의 '클루'(Clue)와 '노트'(Note)라는 곡을 합쳐 '셜록'(Sherlock)이라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히트시킨다든가, S.E.S.의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에서 선보인 미래지향적 세계관을 20여년 뒤 에스파를 중심으로 한 SMCU(SM Culture Universe)로 확장한 아이디어 등이 그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최근에는 문화 산업 육성에 관심이 큰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K팝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연 인프라를 구축하는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가요계에서는 이 총괄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을 통한 프로듀싱은 그만두더라도 또 다른 방법으로 SM엔터테인먼트 음반 제작에 관여할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