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이냐 아니냐"…해경청장 진땀

정봉훈 해경청장 "수사상 법률적으로 판단한 것" 답변

해양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의 월북 여부를 확실하게 밝히라는 여야 의원들의 공세에 정봉훈 해경청장이 진땀을 흘렸다.

정 청장은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내용인 "피살 공무원이 월북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만 반복했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경청 국감에서 "해경청장이 보기에 (피살 공무원이 배에서) 실족한 거냐, 스스로 내린 거냐"고 물었다.

정 청장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제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청장이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자 주 의원은 "해경청의 최고 책임자가 그런 판단을 못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책하며 "당시 어업지도선 뒤에 사다리가 설치돼 있었는데 스스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정 청장은 "바다에서는 변수가 많고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제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월북이 아니라고 판단한 증거가 있느냐"며 따져 물었다.

정 청장은 "어쨌든 저희는 중간수사 결과를 국방부 자료 등 여러 정황 증거로 발표했다"며 "배에서 추락한 것인지 표류한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단이 없었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도 해경을 감싸지 않고 오히려 "왜 월북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느냐"며 정 청장을 몰아붙였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월북한 증거가 없다"며 "그러면 월북이 아니라고 해야지 그걸 왜 똑바로 대답 못 하느냐"고 지적했다.

정 청장이 "저희는 수사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정 의원은 "월북 아니라고 대답해야 맞는 것"이라고 대꾸했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도 "청장님 답변 듣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정황으로 잘못 판단해 잠정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나중에 최종 수사 결과 발표하면서 바로잡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게 수사기관이 할 짓이냐. 구멍가게도 그렇게 안 한다.

그러니 해경이 욕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정 청장은 "저희가 법률적으로 (최종) 판단을 했다고 이해해 달라"고 답변했다.

앞서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해경은 또 이씨가 사망하기 전 자주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월북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해경은 1년 9개월만인 올해 6월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