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용 교수 "생태계 지탱하는 '흔한 종' 개체 수 감소 심각" 전 세계에 서식하는 척추동물의 개체군 규모가 최근 50년 동안 69% 감소했다는 보고서가 나온 가운데 생물종 다양성의 감소가 먼 곳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전날 서울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1987년 10㏊(헥타르)당 2천289마리씩 발견되던 제비가 2005년 들어 같은 단위 면적에 22마리씩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최 교수는 "제비가 감소했다는 건 이들의 주식이자 생태계 기반을 구성하는 곤충이 그만큼 감소했음을 보여준다"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의 변화를 살피면 생태계 전체의 다양성 변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서식하는 일부 조류의 개체 수 급감은 최 교수 등 연구진이 지난 2020년 5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된다.
논문에 따르면 1970년대 연구 목적으로 4만6천826마리씩 포획되던 꼬까참새는 2010년을 전후해 2천422마리밖에 잡히지 않았다.
포획량이 94.8% 줄어든 것이다.
꼬까참새처럼 참새목 되새과 조류인 쑥새도 같은 기간 포획량이 6만1천55마리에서 2천572마리로 95.8% 줄었다.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인 노랑턱멧새와 멧새도 각각 연간 1.82%, 2.99%씩 감소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3월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의 최전선'(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한 논문에서도 지난 20년 동안 한국서 번식하는 가장 흔한 조류 52종 가운데 20종의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1997년 70∼80곳에서 관찰되던 청호반새는 2017년 단 7곳에서만 관찰됐다.
청호반새를 포함해 호반새, 흰눈썹황금새, 노랑때까치, 두견이, 매사촌, 검은등할미새 등 7종은 46∼95% 줄었다.
환경부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5년마다 개정해 발표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에 따르면,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007년 221종에서 2022년 282종으로 15년 만에 61종 늘었다.
1990년대까지 서울 남산 상공에서 수천 마리가 떼지어 날았다는 기록이 있는 맹금류 솔개도 현재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자연·인위적 위협을 제거하거나 완화하지 않으면 근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종이라는 뜻이다. 최 교수는 "생물종 다양성 감소는 희귀종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개체 수가 많아 실질적으로 생태계를 지탱하는 '흔한 종'의 개체 수 감소는 생태계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물들은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런 노력에 실패할 가능성이 명백해지고 있다"며 "(변화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일부 종만 번영하면 생물종 다양성이 주는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