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군데 병원에서 권고한 수술…재활 택하고 복귀해 홈런 펑펑
인대파열 박병호, 경이로운 연타석 대타 홈런 "복귀 후회 없다"
"타구를 보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최근 이강철 kt wiz 감독은 지난 8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대타 홈런을 때린 박병호(36)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소속 팀 감독조차 박병호의 대타 홈런을 경이롭게 바라봤다는 내용이다.

그럴만했다.

박병호는 지난달 10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른쪽 발목 앞뒤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예상됐지만,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한 뒤 그라운드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성치 않은 몸 상태로 KIA전에서 복귀 두 타석 만에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강철 감독은 10일 다시 한번 '이건 또 뭐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박병호는 이날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홈 경기 3-2로 앞선 8회말 2사 1루 기회에서 대타로 나와 상대 팀 송명기를 상대로 좌월 쐐기 투런 홈런을 날렸다.

큰 부상을 겪은 선수가 몸을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귀 후 2번째와 3번째 타석에서 연타석 대타 홈런을 날린 것이다.

1982년 시작한 프로야구 역사에서 연타석 대타 홈런이 나온 건 이번이 7번째다.

kt는 박병호의 홈런을 앞세워 NC를 5-2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에 다가섰다.

kt는 11일 LG 트윈스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면 3위로 준PO에 오른다.

경기 후 만난 이날 경기의 영웅, 박병호는 "운이 따른 것 같다"며 "난 대타로 잘 치는 선수가 아닌데, 타이밍이 잘 맞은 것 같다"며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는 "올해 kt로 이적한 뒤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는데, 시즌 마지막까지 잘 유지된 것 같다"며 "팀과 팬들의 믿음에 부응한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인대파열 박병호, 경이로운 연타석 대타 홈런 "복귀 후회 없다"
부상 복귀 후에도 홈런 2개를 추가한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 35개로 홈런왕 타이틀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부문 2∼3위 선수들은 일찌감치 정규시즌을 마쳤고, 4위 LG 트윈스의 오지환(25개)은 남은 한 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쳐야 홈런왕에 오를 수 있다.

박병호가 한 시즌 35홈런 고지를 밟은 것도 오랜만이다.

그는 2018년 43개의 홈런을 친 뒤 3년 연속 35홈런 고지를 밟지 못해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박병호는 투고타저 시즌인 올해 35개 홈런을 날리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성적을 남겼다.

박병호는 부상과 재활 과정을 곱씹기도 했다.

그는 "팀이 중요한 시기에 내 실수로 다쳐서 많이 미안했다"며 "사실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심각한 상태였다.

검사받은 세 군데 병원에서 모두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몸 상태를 회복하는데 팀에서 많은 지원을 했고, 반드시 (올해 안에)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해 재활에 전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활 방법을 택하더라도 내년 시즌 복귀 시점은 비슷하다고 생각해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으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인대파열 박병호, 경이로운 연타석 대타 홈런 "복귀 후회 없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박병호는 주루 플레이, 수비를 할 수 없어서 대타로만 출전할 수 있다.

한 경기에 단 한 타석만 소화해야 한다.

이런 환경은 박병호의 집중력을 더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어떤 상황에 나설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며 "오늘도 3회부터 계속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올해 포스트시즌을 마친 뒤 재검사를 받고 다시 수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