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관희 인천 다사랑문화학교장 "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가길"
[휴먼n스토리] 13개국 학생들의 믿음직한 '교장 선생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한국인들과 어우러져 사는 인천 함박마을 초입부에는 작은 건물이 하나 있다.

이 건물 3층에는 13개국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는 '다사랑문화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한관희(67) 교장은 이곳에서 2017년부터 5년째 대안 교육기관을 운영하며 다문화 청소년들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다사랑문화학교 학생 대부분은 본인이나 부모가 국제적 이주 경험이 있고, 국내 체류 기간은 비교적 짧은 이주배경 청소년이다.

이들은 국내 초·중·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한국어를 비롯한 각종 교육과 문화체험을 미리 경험하며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다.

평소 러시아·중앙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중국·태국·네팔 등 모두 13개 국적의 학생 30여명이 한국어 숙련도에 따라 4개 반으로 나뉘어 학구열을 불태운다.

한 교장은 10일 "최근 외국에서 혼자가 아닌 가족 단위로 국내에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주배경 청소년 수도 증가했다"며 "이들이 제도권 교육에 편입되기 전 문화 충격을 완화해주는 둥지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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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 베트남에서 무역업을 하다가 사업을 접고 봉사 활동의 길로 빠져들어 10여년간 현지 대학에서 한국어 교육봉사를 펼쳤다.

귀국 이후에는 2013년부터 경기도 안산에서 아내 서경옥(63)씨와 다문화센터를 운영하다가 5년 전 함박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한 교장은 다문화 청소년들이 한국어가 서툴러 일상에 불편을 겪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그는 입학 적령기의 아이들이 맞벌이 가정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고 직접 학교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교장은 "이곳에서 초·중·고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해 대학 진학까지 준비 중인 학생도 있다"며 "아이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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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한쪽 벽면에는 수료 학생들이 남기고 간 메모가 가득했다.

다양한 언어로 적힌 메모에는 '나는 언제나 이 만남을 기억할 거예요', '우리들 시간이 빛나고 있어요' 등 학교생활이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다사랑문화학교는 올해 초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정식 대안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아 한 교장의 책임감도 커졌다.

현재 여성가족부나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학교 운영에 보태고 있으나, 방학 없이 1년 내내 문을 여는 학교 특성상 살림은 빠듯하기만 하다.

학생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 교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 학교를 운영해나가고 있다"며 "아이들이 한국 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나아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