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밟으면 대출 이자 6.5조원↑…취약차주 이자 3천억원↑
10·11월 연속 빅스텝 시 1인당 연 이자 두 달새 66만원 급증


금융부채를 진 38만여 가구는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힘겹게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일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계속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이들 고위험 또는 취약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과 부실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38만가구, 집 등 자산 팔아도 빚 못 갚는다…69조원 '시한폭탄'
◇ 대출자 3.2% '고위험'·6.3% '취약'…취약차주 비중 다시 증가세로
한국은행이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천 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를 차지했다.

2020년 말(40만3천 가구)보다는 줄었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37만6천가구)과 비교하면 여전히 5천 가구 불어난 상태다.

한은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경우를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천억원에 이르렀다.

고위험 가구보다 다소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대출자)'의 비중(전체 대출자 기준)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6.3%로 집계됐다.

취약 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대출자를 말한다.

한은은 제출 자료에서 "취약차주 비중은 작년 2분기 말 6.3%에서 같은 해 연말 6.0%로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올라 2분기 6.3%를 기록했다"며 "최근 비중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소득 여건 악화, 신용도 변화 등 재무 건전성 저하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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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1월 연속 빅스텝 현실되면 대출자 이자 13조원 '쑥'
더 큰 문제는 미국 통화 긴축 등의 영향으로 향후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 결과, 기준금리가 한 번의 빅 스텝으로 0.50%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천억원 늘어난다.

이자 증가분(6조5천억원) 가운데 3천억원은 취약차주가, 나머지 6조2천억원은 비(非) 취약차주가 감당할 몫이다.

더구나 만약 10월과 11월 연속 빅 스텝으로 1.00%포인트가 높아질 경우, 불과 두 달 사이 이자는 13조원이나 급증하게 된다.

1.00%포인트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의 이자 증가 폭은 7천억원까지 커진다.

빅 스텝을 가정한 소득 계층별 이자 증가액은 ▲ 저소득층(하위 30%) 7천억원 ▲ 중소득층(30∼70%) 1조7천억원 ▲ 고소득층(상위 30%) 4조1천억원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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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을 보면, 빅 스텝으로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는 평균 32만7천원 증가한다.

취약차주가 25만9천원, 비취약차주가 33만2천원씩 더 내야 한다.

1.00%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만5천원, 취약차주의 경우 51만8천원으로 증가한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국내외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미국 등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기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등을 잠재적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은 대출자의 채무 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강준현 의원도 "최근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특히 취약 차주, 저소득 가계의 이자 부담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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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