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7~9월)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와 기술 격차 축소, 시스템반도체 사업(반도체 설계 및 수탁생산)의 더딘 성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단독]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삼성, TSMC에 내줬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는 3분기에 매출 6131억4300만대만달러(약 27조5423억원)를 거뒀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다. 지난 7일 3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24조6757억원, 인텔은 154억9000만달러(약 22조732억원)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으로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매출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TSMC는 35년간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파며 경쟁력과 서비스 수준을 높였다. 최근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고객의 주문대로 칩을 만들어주는 파운드리 시장은 1300억달러(약 190조원) 규모로 커졌다. TSMC는 애플, AMD 등의 주문을 독식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 미국 마이크론 등과의 기술 격차는 의미 없는 수준까지 좁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팹리스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후공정(패키징) 산업에선 세계 10위권에 한국 업체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에 한국 기업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투자를 옥죄는 규제를 풀고 세액공제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강경주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