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첩한 투수 땅볼로 잡고 투수 데뷔전서 '홀드' 기록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도 원래는 투수였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롯데에 투수로 입단했던 이대호는 부상 때문에 야수로 전향해 프로에서 투수로 등판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은퇴식이 열린 8일까지는 말이다.
이대호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3-2로 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에 앞서서 래리 서튼 감독이 "오늘 스페셜 이벤트가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대로다.
LG는 그러자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대타로 기용하며 롯데의 깜짝 기용에 화답했다.
올해 올스타전을 의식한 '이벤트'다.
올스타전에서 나눔 팀으로 출전한 한화 이글스 정은원은 투수로 깜짝 등판한 포수 김민식을 상대로 연장 10회 결승 3점 홈런을 쳤다.
그러나 나눔 팀은 6-3으로 앞선 10회말 수비에서 야수 등판 대신 정석대로 LG 트윈스 마무리 고우석을 올렸다.
고우석은 강속구를 앞세워 팀 승리를 지켰고, 이때 이대호를 상대로 시속 158㎞ 강속구를 던져 삼진을 잡기도 했다.
3개월 만에 타자 이대호와 투수 고우석이 자리를 바꿔 재대결한 셈이다.
시속 127㎞ 직구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이대호는 2구째 129㎞ 직구로 파울을 유도해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었다.
3구째 시속 128㎞ 직구는 볼이 됐고, 4구째 127㎞ 직구에 고우석은 투수 쪽으로 강한 타구를 보냈다.
'수비 요정'답게 이대호는 민첩한 동작으로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 카운트를 올렸다.
팀이 한 점 차로 앞서가던 상황에 등판해 아웃 카운트를 잡았기에, 이대호는 은퇴 경기에서 '1홀드'라는 진기록까지 추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