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당헌에 따라 비대위 출범…실체·절차적 하자 없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을 상대로 낸 임명 효력 정지 및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6일 법원에서 기각된 데에는 국민의힘 당헌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이 전 대표가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낸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8월28일 같은 재판부에 의해 인용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당시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주호영 비대위원장 임명은 비대위 설치 사유를 규정한 당헌 96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비대위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헌 96조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만 비대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주 전 비대위원장이 임명될 당시에는 이에 해당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 근거였다.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국민의힘은 아예 문제가 된 당헌 96조를 개정했고 결국 법원의 판단 잣대도 달라지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5일 전국위원회에서 개정된 당헌 96조는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를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은 당헌 개정 이후 순차로 정 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임명했다.
재판부가 밝힌 결정 이유에도 개정 당헌의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재판부는 "개정된 당헌은 비대위 설치 요건으로 당 대표 사퇴 등 궐위와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이상의 사퇴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종전에 해석의 여지가 있었던 불확정개념인 비상상황을 배제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요건을 정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주호영 전 위원장과 달리 정 위원장의 임명에는 개정 당헌에 따라 비대위로 전환해야 하는 비상상황이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이러한 당헌 개정이 실체적, 절차적 하자 없이 유효하다고 봤다.
정당이 당헌을 개정한 경우 그 내용 자체가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당의 의사를 존중해 그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아울러 "개정 당헌 내용 자체도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된다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정 당헌이 소급 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이 전 대표 개인을 향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2차 비대위 출범을 위해 당헌을 바꾼 동기는 인정하면서도 개정된 당헌이 이 전 대표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결국 당헌 개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법원은 새로운 당헌에 따라 이뤄진 정 위원장, 그리고 비대위원 임명과 직무 수행 역시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