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7…우리도 빅스텝? [증시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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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료 '줄인상'
한은, 2연속 빅스텝 무게
한은, 2연속 빅스텝 무게
<앵커>
국제유가 하락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6% 오르며 두 달 연속으로 상승세가 둔화됐습니다.
하지만 이달 중 전기와 가스요금이 일제히 오르는데다, 고환율과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등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많은 상황입니다.
정부가 '10월 물가 정점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러한 예측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민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올해 들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6%대로 치솟았던 소비자 물가상승률.
8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5% 중반대를 기록하며 오름세가 주춤해졌습니다.
물가상승세가 본격적으로 꺾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정부는 '물가 10월 정점론'을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홍성국 / 더불어민주당 의원: 9~10월 정점론에서 변함이 없으신가요?]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보통은 (물가가) 정점을 찍으면 급격하게 쭉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물가상승세 둔화에 대한 체감은 어렵습니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농산물 가격과 외식물가가 여전히 고공행진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김장철을 앞두고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와 무가 90% 넘게 폭등하면서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2%나 뛰었고,
외식물가 상승률은 치킨과 생선회 등이 크게 오르며 1997년 이후 30년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두달 째 물가상승률이 꺾였던 건 국제유가 하락 덕분. 하지만 안정세를 보이나 싶었던 유가마저 산유국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대규모 원유 감산 계획을 밝히면서 다시 꿈들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도 변수입니다. 이달 1일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모두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0.3%포인트 가량 더 상승할 것이란 게 정부의 분석입니다.
여기에 1,43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원자재 등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어운선 /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 : 환율 급등세가 국내 물가상승압력을 증대시키는 그런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요. 전기·가스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 것도 또 상방 요인으로 꼽을 수 있고…. 한 번 10월에 오르면 11월, 12월 다 오르는 식으로 나가는 것이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한국은행도 "상승률은 소폭 낮아졌지만 내년 초까지 5~6% 대의 오름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상황.
10월엔 소비자물가가 다시 6%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물가 정점 시기가 정부 예상보다 더 뒤로 밀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적기 대응하고 이달 중 김장철 채소류 수급안정 방안을 마련해 생활물가 안정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관련해서 증시프리즘 박찬휘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 기자, 물가 상승 우려에 오늘 우리 증시가 상승분을 반납하고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남은 3개월 동안 물가지수가 다시 상승한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요.
<기자>
앞서 살펴보신 것처럼 지난달까지는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는데요.
그러나 이달부터 인상된 공공요금이 향후 발표되는 지표에 반영되면 물가지수는 다시 상승할 전망입니다.
뿐만 아니라 오늘 밤 예정된 OPEC+ 회의에서 대규모 감산이 예상되는 점도 물가 상승 우려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100만 배럴에서 최대 200만 배럴까지 감산할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30달러 가까이 폭등했던 국제유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경기 침체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6월부터 4개월 내리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산은 지난 2020년 하루 1,000만 배럴 감산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될 전망인데요.
감산 최저 예상치 100만 배럴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1%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대규모 감산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70달러 선까지 내려왔던 WTI는 일주일 새 14% 가까이 급등하며 90달러를 바라보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물가지수는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이 반영되면 이후 더 오를 전망입니다.
<앵커>
물가지수가 더 올라가면 연준의 피봇(태세 전환) 기대감도 꺾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에 이어 간밤에 발표된 8월 채용공고 건수가 전월 대비 둔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는데요.
이는 간밤 미국 증시 상승 재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유가 반등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커진다면 연준은 고강도 긴축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미국 증시를 끌어올린 연준 피봇 기대감에 대해서 증권가에서는 시장이 이러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 해소가 최우선 과제임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긴축 정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금이 연준 피봇의 타이밍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해서도 나스닥 지수가 지난 6월 기록했던 전저점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저점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지 그 외에 유의미한 내용은 없다는 분석입니다.
연준 위원들 역시 계속해서 고강도 긴축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간밤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는 "물가가 여전히 높다며, 물가 안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 기간 동안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낮아질 때까지 긴축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연준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제 시장의 눈은 한국은행의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요.
<기자>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한국은행은 물가 방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9월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벌써 75bp까지 벌어졌는데요.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릴 것으로 예고하는 등 고강도 긴축 정책을 시사하고 있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진다는 겁니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하게 되는데, 공공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수입 물가도 상승하게 되면 물가는 추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가속화시켜, 증시에도 악재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의 빅스텝을 점치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은행 측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다음주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하고, 연준이 11월 FOMC에서 또 다시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 격차는 125bp까지 커지게 되는데요.
이에 따라 이창용 총재는 "점진적 금리 인상을 주장했을 때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통화정책 속도의 전환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전히 베이비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보고 오겠습니다.
[강삼모 / 동국대 경제학부 교수 : 이창용 총재가 국제 금융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빅스텝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다가 (추경호) 기재부 장관이 한국경제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빅스텝으로 가는 것은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은행과 기재부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예상은 원래 한국은행이 0.50%p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더 많았는데, 기재부 장관이 일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번 금통위에서 0.25%p를 할지 0.50%p를 할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
급격한 금리인상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은 상황입니다.
<앵커>
증권부 박찬휘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박찬휘기자 pch8477@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