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갈등·미러대치 상황서 결과물 내긴 어려워…"회의 공개여부도 미·중러 이견"
한미일은 3각 안보협력 등 억지력 치중하며 독자제재에 무게
북한이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넘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번에도 국제사회의 외교적 압박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북 추가제재는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북 경고 성명에도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태도를 바꿀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 뉴욕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공개브리핑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미일 등은 북한의 도발 행보에 제동을 걸 구체적인 결과물 도출을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이사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회의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이사국 간의 이견이 드러난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의 대응이 한반도 상황 완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개 회의에 반대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결국에는 공개회의를 하는 쪽으로 결정이 나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당장 회의에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보리의 의사 표현 형태는 강도가 높은 순서대로 '결의'(resolution),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 '언론성명'(press statement)이 있다.

제재 결의는 북한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대형 전략 도발이 있었을 때 보통 채택됐다.

이번 같은 중거리급 미사일에 대해서는 통상 결의까지는 가지 않지만 의장성명을 채택한 전례가 있다.

북한이 이번 발사처럼 2017년 8월 29일에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 안보리는 의장성명을 채택해 규탄했다.

의장성명은 구속력은 없지만 안보리 이사국들이 한목소리로 의사를 표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거리와 비교해 전략 도발에 가까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안보리도 엄중하게 여겨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이런 안보리의 행동 패턴은 북한의 대형 도발이 잇따랐던 지난 2016∼2017년에는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안보리는 올해 들어 재개된 북한 도발에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러 대치 등으로 안보리의 구조적 분열이 심각해진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나 성명 채택에 번번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회의에서 실효적 결과가 도출되지 않고 미국과 중·러의 갈등 구도만 부각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도발을 용인할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 회의 소집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안보리 추가제재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독자제재 등 북한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실효적 수단 마련도 강구해 왔다.

이는 북한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한미 북핵차석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오찬 협의를 하고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간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가 한미 확장억제, 한미일 안보협력 등 억지력 강화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것도 안보리가 제 기능을 못 하는 이런 외교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장을 찾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한미일을 포함한 역내·외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사 이후 한미일 고위 당국자들의 통화에서도 3국간 안보협력 강화 필요성은 빠짐없이 언급됐다.

이달 중에는 일본 도쿄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만나 3국 외교차관협의회도 연다.

한국 입장에서 3국 안보협력 강화는 미사일 대응 역량 확보를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수단이지만, 북핵 대응에서도 진영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역내에서 중국과의 대립 구도를 강화할 위험도 있어 정교한 외교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