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선 투입하자니 미숙련…내년까지 투입 늦추자니 열세 고착"
"일부, 이미 전장 투입돼 포로 잡히거나 사살"…효율적 병력투입 고민

러시아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내린 부분 동원령이 신속하게 이행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계속되는 와중에 동원과 관련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21일 예비역을 대상으로 한 부분 동원령이 발령된 지 약 2주 만에 20만 명이 넘는 병력을 징집했다고 이날 밝혔다.

'동원령 속도전' 러, 우크라 진격에 예비군 투입 시기 딜레마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된 군인들이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러시아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 도착하는 모습과 현지 주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 모습 등이 담긴 동영상도 공개했다.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 모병 계획이 이미 3분의 2 정도 달성됐다는 쇼이구 장관의 발표는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여러 인사가 징집 과정을 둘러싼 실무자 실수들에 대해 연이어 질타를 쏟아낸 뒤 나온 것이다.

동원이 계획대로 이루어질 경우 새로 투입될 30만명의 군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큰 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러시아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15만명의 군대를 파병한데 이어 이후 수만 명 정도를 추가 투입했다는 게 서방의 평가다.

하지만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동원과 관련한 큰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동원 예비군을 서둘러 전투에 투입할지, 아니면 당분간은 우크라이나의 공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내년까지 기다려 더 잘 훈련되고 장비를 제대로 갖춘 군대를 투입할지를 놓고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부터 대규모 반격에 나서 러시아군이 점령중이던 동북부 하르키우주 지역을 완전 수복하고 남부 헤르손주와 자로리자주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동원한 예비군 투입을 늦추기도 곤란한 처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은 동원된 군인들이 전선으로 급히 투입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실제 동원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올렉시 다닐로프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동원한 20만명 가운데 일부는 이미 전선에 투입됐고, 그중 일부는 포로로 잡히거나 사살됐다"면서 "동원된 군인들이 제대로 장비를 갖추기도 전에 전선으로 보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선임연구원 다라 마시콧은 "새로 소집된 군인들이 와해한 부대들로 보내지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그곳에서 그들은 부가가치를 낼 수 없을 것이고 전투력에 기여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쟁 연구 전문가인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대학의 명예교수 로렌스 프리드먼도 "동원군은 최소 올해 겨울까지는 러시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은 그 전에 지상에서 상당한 패전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동원 인프라의 효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마시콧 연구원은 "이 시스템은 10여 년 동안 축소됐다"면서 "이 기간에 동원 인프라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 시스템이 잘 기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주 문제 있는 가정"이라고 꼬집었다.

런던 국제전략연구소 연구원 헨리 보이드는 "지난 2008년 이후 러시아의 군 현대화 노력은 징집병이 아니라 직업군인인 계약제 군인들에 더 중점을 둬왔다"면서 갑자기 징병 시스템의 정교한 행정업무가 잘 처리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동원령 속도전' 러, 우크라 진격에 예비군 투입 시기 딜레마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