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슛 난조' 삼성 은희석 감독 "내가 선수단 컨디션 관리 못해"
'신바람 속공 농구' LG 조상현 감독 "선수들 덕에 데뷔전 잘 치러"
2022 MG 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첫 두 경기가 펼쳐진 지난 1일, 40대 중반의 두 신임 프로농구 사령탑의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 삼성의 은희석(45) 감독과 창원 LG의 조상현(46) 감독은 올해 프로농구에 새로 등장한 '농구대잔치 세대'의 막내급 지도자다.

각각 연세대(은희석)와 남자 농구대표팀(조상현)을 이끌다가 지난 4월 나란히 프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들은 1일 첫 '사령탑 공식전'을 치렀다.

먼저 경기를 마친 은 감독은 경기 후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삼성은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신생팀' 고양 캐롯과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58-66으로 졌다.

경기 내내 외곽슛 난조에 시달린 삼성은 2쿼터부터 끌려다닌 끝에 4쿼터 한때 점수 차가 18점까지 벌어지며 사실상 '완패'를 당했다.

특히 각각 35%, 21%에 그쳤던 필드골, 3점 성공률이 아쉬웠다.

경기 직후 라커룸에서 선수단을 야단치느라 기자회견 석상에 모습을 늦게 드러낼 정도로 은 감독의 실망감은 컸다.

은 감독은 부임 후 줄곧 하위권에 처졌던 팀의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다.

비시즌 내내 고강도 훈련을 진행하며 조직력을 다듬는 데 집중하자, 삼성 선수단을 향해 '임자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공식전 첫 경기에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은 은 감독은 "오늘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며 그간 내가 선수단 컨디션 조절을 제대로 못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가를 한다면 기존 경기력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본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조별리그 C조 첫 경기인 상무와 경기에서 무려 27점 차 대승을 거둔 LG의 조 감독은 경기 후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의에 답했다.

3쿼터 종료 시점 이미 20점 이상으로 점수가 벌어졌지만, LG는 4쿼터에도 공격의 고삐를 놓지 않고 몰아쳐 106-79 완승을 거뒀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줬다"며 "지시를 성실히 이행해준 선수들 덕에 데뷔전을 잘 치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무의 상황을 언급하며 "다음 경기인 안양 KGC인삼공사와 붙어봐야 우리 상황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지난 대회 LG의 첫 경기와 이날 경기를 비교하면 조 감독이 내놓은 '신바람' 농구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첫 경기에서도 LG는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지 않았던 전주 KCC 국내 선수들을 상대했다.

84-72로 이기긴 했지만 외국인 선수 2명을 내고도 압도하지는 못했고, 당시 팀을 이끌던 조성원 감독도 "최근 몇 경기를 했던 것 중에 가장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처럼 엇갈린 희비에도 두 감독은 데뷔전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명확히 드러냈다.

삼성은 1쿼터 거의 모든 공격을 톱에서 김시래, 이동엽 등 가드와 빅맨의 2대2 공격으로 풀었고, 이를 막느라 헐거워진 코너에 패스를 공급해 쉬운 슛 기회를 냈다.

이는 은 감독이 연세대 시절 이정현(캐롯), 박지원(kt), 양준석(LG) 등 양질의 가드진을 통해 선보였던 '다중 핸들러' 전술이다.

그러나 슛이 들어가지 않자, '플랜 B'로 전환하지 못해 팀 공격이 가라앉았다.

은 감독은 이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코너 슛 찬스만 가지고는 절대 시즌을 완주할 수 없다.

(해당 전술을 쓰는 중에도) 다리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되돌아봤다.

조 감독은 LG의 공격 속도를 높였다.

지난 시즌 '리바운드왕' 아셈 마레이의 안정적 제공권을 바탕으로, 리바운드에 이은 빠른 공수 전환을 노리는 전략이 전반 비등하게 따라붙었던 상무를 후반에 무너뜨렸다.

이날 LG는 속공 득점에서 상무를 14-0으로 압도했다.

속공의 선봉에 선 이승우는 "감독님 지시대로 리바운드에 열심히 참여하고 빠르게 트랜지션까지 이어가는 팀 색깔이 잘 나온 것 같아 순조롭게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은 감독과 조 감독은 각각 1996년, 1995년 연세대에 입학하며 대중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농구대잔치에 출전했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직전으로, 사실상 농구대잔치 전성기의 마지막이었다.

이상민(50) 전 감독, 문경은(51) KBL 경기본부장 등 앞선 농구대잔치의 주연급 세대가 지도자 경력을 끝낸 현재, 프로농구에 도전장을 던진 '막내 세대' 두 감독이 어떤 성과를 낼지도 올 시즌 관전 포인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