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진저라인' 흥행작 국내 첫선…"음식·이야기 합쳐진 하나의 경험 선사" 차가운 북극의 바람을 타고 도착한 시베리아에서 보드카 한 잔과 절인 양배추를 곁들인 러시아식 만두를 맛본다.
러시아의 찬 바람에 몸이 얼어갈 즈음 열기구는 관객을 태우고 브라질로 향한다.
그곳에선 삼바 춤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불에 구운 소고기와 옥수수 요리가 관객을 맞이한다.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개막한 이머시브 다이닝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관객의 참여로 진행되는 관객 몰입형 공연 '이머시브 씨어터'와 고품격 음식을 즐기는 '파인 다이닝'을 결합한 새로운 장르의 공연이다.
영국에서 12년간 다양한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을 만들어 온 제작사 '진저라인'의 작품으로, 2018년 영국에서 초연했다.
올해 중국에 이어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2010년 진저라인을 설립하고 처음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을 개발한 진저라인의 프로듀서 수즈 마운트포트를 지난 29일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마운트포트는 "이머시브 다이닝은 처음부터 상업적인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며 "내가 친구들과 함께 여는 디너 파티와 같은 경험 그 자체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머시브 다이닝은 음식과 공연, 관객이 모두 합쳐질 때 완성된다.
음식은 이야기의 일부로 존재하는 동시에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게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라는 게 마운트포트의 설명이다.
그는 "음식이 나와야 극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음식이 나오는 타이밍을 극의 진행과 맞출 수 있게 연습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진저라인이 제작한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은 총 13개다.
이 중에는 관객이 오페라 작품의 이야기 속에 직접 들어가거나 우주선,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콘셉트의 공연도 있다.
오페라 콘셉트의 작품은 오페라 극 속에서 열리는 캐릭터들의 결혼식에 관객이 참석해 연회장에서 나오는 음식을 먹게 된다.
작품을 개발할 때는 이야기나 음식을 먼저 정하기보다는 관객이 하게 될 경험이 무엇일지를 정한 뒤에 그에 맞춰 이야기와 음식을 채워나간다고 했다.
마운트포트는 "이야기나 음식이 모두 합쳐진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객은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새로운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음식은 이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를 엮어가는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관객이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가 되어 각 나라를 방문한다는 내용이다.
관객들은 원형의 공연장 안에 놓인 열기구 모양의 테이블에 앉아 공기의 정령 '실프'가 만들어낸 바람을 타고 일본, 러시아, 브라질 등을 방문한다.
각 나라에 도착할 때마다 8명의 배우는 그 나라에 맞는 의상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음악과 춤을 감상하며 그 나라의 음식을 맛볼 때 여행의 경험은 완성된다.
배우들은 음식을 서빙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동시에 음악에 맞춰 절도 있는 군무도 선보이는 등 많은 역할을 소화한다.
한국에서 직접 오디션을 통해 출연진을 선발한 마운트포트는 "런던에서 처음 공연을 제작할 땐 우리가 원하는 걸 배우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오래 걸렸다"며 "한국 배우들은 기대 이상으로 역할을 잘 이해하고 해줘서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관객몰입형 공연인 만큼 관객의 자유로운 참여도 중요하다.
배우들은 정해진 움직임만 반복하지 않고 관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춤을 추고 기차놀이를 하기도 한다.
관객은 본인이 즐기는 만큼 즐거워질 수 있다.
마운트포트는 "보러오기 위해 약간의 도전정신이 필요한 쇼"라며 "한국에선 어떤 관객과 만나게 될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관객들이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일단 보고 나면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재미있는 이야기와 좋은 음식이 함께 나오니까요.
"
공연은 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